[시론] IMF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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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1-20 00:00
입력 2002-11-20 00:00
우연한 기회에 신립 장군이 결단에 대한 해석을 전해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적이 이미 조령에 다다른 상태에서 서둘러 군사를 이동해 조령을 지키기보다는,벌판으로 적을 끌어들인 다음 이미 북쪽 오랑캐나 왜적과의 싸움에서 위력을 떨친 기마병을 이용하면 먼길에 지친 적을 무찌를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그러려면 기마병이 활동하기에 편리한 넓은 평지가 필요할 것이고,배수진으로 투지를 드높이려 할 수 있었겠다 싶었다.그러나 결과는 탄금대 앞의 갯벌이 기마병의 활동에는 불편한 지역이었고,조총도 갖추고 수적으로도 우월한 왜군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당시 상황에 맞는 적절한 것이라고 판단되었던 정책이나 결정들이 시간이 흘러 새로운 상황에는 적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들이 있다.예컨대 남미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입 대체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했다.이는 50년대와 60년대 세계경기의 호황과 더불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책당국의 산업 의사결정이 복잡해지고,규제에 따른 비효율성이 커지는 가운데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와 석유파동까지 겹치면서 남미 국가들의 거시경제 성과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62년부터 96년까지 1인당GDP(국내총생산)가 8배나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미국이 100년을 넘겨서야 해낸 일이다.그러나 정부주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약점들로 인해 외부충격에 대한 경제의 취약성이 커지고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면서 97년 외환위기를 겪게 됐다.정부는 외화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부문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금융구조조정은 부실금융기관 정리 및 부실채권 축소,자본확충 등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고 금융시스템을 회복시킴으로써 경제회생의 토대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기업구조조정도 부채비율의 하락,부실기업의 상시정리체제 구축,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조성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의 구조적 취약점이라고 지적되어 온 낮은 생산성,금융감독 미흡 및 문제기업을 다루는 법적 체계 미비 등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지를 따져보면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은 부족한 대목이 많다.
전국의 패자(覇者)중에 기원전 7세기쯤 진(秦)나라를 다스렸던 목공의 일화를 보자.충신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켰다가 실패했던 그는 3년후 다시 전쟁에서 승리한 다음 오랫동안 버려졌던 병사들의 시신들을 거두면서,간언을 무시해 충성스러운 병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자신의 과오를 밝힌다.이듬해 그는 서쪽 오랑캐(戎)를 토벌하고 영토를 천리나 넓힌다.
국제사회는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한다.외환위기후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잘하고 잘못한 것을 명확히 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상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2002-11-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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