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도지사 지시 안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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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1-06 00:00
입력 2002-11-06 00:00
이번 연가(年暇)파업에 경남도내 공무원들이 대거 참가한 데다 상당수 시·군이 연가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장관과 도지사의 지시를 시장·군수들이 외면,국가기강이 흔들리고 있으며,이번 사태와 관련한 무더기 징계를 둘러싸고 행정자치부와 도,도와 시·군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4일 연가를 신청한 도내 공무원은 도 본청 소속 504명을 비롯,20개 시·군에서 모두 1만 2000여명에 이른다.대부분 불허됐지만 창원시와 마산·진주·진해·사천시 등 모두 14개 시·군에서 153명이 합법적으로 연가를 승인받았다.

이에 대한 경남도의 입장은 단호하다.정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연가를 승인한 상급자는 물론 정식 연가를 받았더라도 시위참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중징계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는 “도대체 장관과 도지사의 지시를 무엇으로 아는지 모르겠다.”면서 “가능한 모든 징계수단을 강구하라.”고 강하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연가승인이 파장을 몰고 오자 시·군 관계자들은 “규정상 연가를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행자부와 경남도는 지난달 31일 장관 지휘지시와 도지사 복무지침을 각각 시달했다.연가 파업이 예상되는 1∼6일간 산하 공무원에 대한 연가·반일연가·조퇴 등의 사용을 불허하고,불법파업 참가 자제를 설득하라고 지시했었다.연가파업 첫날 무단결근자가 한 명도 없어 주목받았던 창원시의 경우 모두 50명에 대해 연가를 승인했다.시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연가를 신청해 승인했다.”면서 “연가자 중 상경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도는 이들 중 23명이 상경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공무원노조 창원시지부는 “상경시위 참가자는 도가 파악하고 있는 숫자보다 훨씬 많다.”며 “시와의 약속에 따라 정확한 인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공직기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문제다.전에 없이 강경한 행자부 방침에 따라 대량 징계 및 해임 등이 뒤따를 경우 정부를향했던 공무원들의 투쟁은 소속 자치단체로 향할 것이므로 이는 ‘공(公)-공(公)갈등’으로 비화돼 결국 주민들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강경방침을 부르짖고 있는 정부가 징계권 없음을 이유로 뒤로 빠질 경우 자치단체장이 소속 직원들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일 것이 뻔해 공직기강은 힘없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2002-11-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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