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결승행 좌절순간, 여한없는 한판… 6만관중 기립박수
수정 2002-06-26 00:00
입력 2002-06-26 00:00
종료 휘슬이 울렸다.승리의 여신은 독일을 선택했다.한국은 6번째 경기만에 첫 패배를 경험했다.앞만 보고 무섭게 질주한 26일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패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지만 한골차 패배라 더 가슴이 아팠다.‘게르만 전차’의 무차별 포격을 육탄저지로 막는 투지를 불사르고도 결국 한번의 실수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조금만 힘이 더 남았다면 막을 수 있었는데…”
두번이나 연장전을 치르며 체력을 다 써버린 게 못내 한이 됐다.젖먹던 힘까지 다 쏟으며 막판까지 만회에 애썼지만 독일의 힘과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분루를 삼키고 돌아선 선수들은 거의 탈진 상태였다.경기 종료와 함께 대부분이 그라운드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벤치에 있던 독일 스태프들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데서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렸다.
한국 선수들 몇몇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아직 패배가 실감나지 않는 듯했다.그러나 곧 후회없는 한판을 벌였다는 자긍심에 냉정을 되찾았다.
히딩크 감독도 이제 종착역에 왔음을 인정한다는 듯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진정한 ‘승부사’도 패배의 아픔은 어쩔 수 없었는가.눈가가 촉촉히 젖은 듯 보였다.힘든 길을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주장 홍명보는 주저앉은 후배들의 손을 부여잡고 스탠드 앞으로 서서히 걸어나갔다.그리고는 관중들에게 두팔을 번쩍 들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상암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열광적인 응원을 한 6만 5000여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선수들을 맞았다.
‘대∼한민국,대∼한민국’스탠드에서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결승행은 좌절됐지만 우리 대표팀이 최선을 다해 잘 싸웠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는 화답이었다.
선수들은 어둠이 짙게 깔린 경기장을 하나 둘씩 빠져나갔다.한달 가까이 받은 국민들의 사랑을 되새기면서….
그래서인지 ‘태극전사’들의 뒷모습은 조금도 초라하지 않았다.
김성수기자 sskim@
2002-06-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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