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부상’ 민주노동당 권영길대표 인터뷰
수정 2002-06-17 00:00
입력 2002-06-17 00:00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이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 같은데요. 진보정당을 키워주자는 국민들의 성원에 대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부패정치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책으로 국민들이 민노당을 주목하게 된 것 같습니다.국민들이 기존 정당들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민노당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본 게의미가 있습니다.
◇정당별 비례대표(광역의원) 지지율에서 제3당으로 올라섰는데요. 이번 선거 전에 언론사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이 실시한 것에서도 민노당이 자민련을 앞섰습니다.이번 선거를 통해 민노당의 지지율이 자민련을 앞선 게 ‘공인’받은 것이 중요합니다.지지율이 8.1%(130여만표)나 돼 자민련(6.5%)을 제치고 3당이 된 것에 대해 감사할 뿐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겠지요. 물론 그렇습니다.송철호 후보가 울산시장에 당선되는 게 유력했지만 낙선해 아쉽습니다.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할 수야 없지만,울산시장에 당선됐더라면 상징적인 의미는 엄청났을 텐데 말입니다.
◇울산시장 선거의 결정적인 패인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한나라당의 고도의 정치공작과 음모로 선거 이틀을 앞두고부터 무너져버렸습니다.한나라당은 저질스러운 지역감정을 유발했습니다.이보다 중요한 것은 민노당 후보를 불순세력으로 매도한 것입니다.‘빨갱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유권자들이 그렇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쪽에서 퍼뜨린 것 같습니다.
◇재정형편이 좋지 않아 선거가 쉽지 않았겠네요. 현재의 선거법은 ‘돈은 묶고,입은 푼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 반대입니다.‘입은 묶고,돈은 묶지 못하는(푸는)’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현행 선거법에는 후보를 제대로 알리는 길이 봉쇄돼 있습니다.명함을 돌리는 것도 할 수 없고,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지지를 표명하는 것도 어렵게 돼 있습니다.정상적인 선거운동도 할 수 없도록 된 선거법을 하루빨리 바꿔야 합니다.
◇금권(金權)선거가 유례없을 정도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어마어마한 돈을 뿌렸습니다.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뿌려졌습니다.기초단체장 선거에도 많은 돈을 쓰지 않았으면 당선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선거비용이 법정한도를 넘어서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금권 불법선거를 막을 방법은 없나요. 현행 법에는 돈을 받은 유권자도 처벌받도록 돼 있습니다.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쌍벌죄로 처벌되니 받은 사람이 신고를 제대로 하겠습니까.일방적으로 돈을 준 사람만 처벌하는 쪽으로법을 바꿔야 합니다.
◇민노당 후보들은 금권선거와는 관계가 없습니까. 깨끗하다고 자부합니다.민노당은 정치교과서에 나오는 정당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국내에서 유일한 정당입니다.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기존 정당들은 몇몇 간부들이 특별 당비 명목으로 돈을 낼뿐 대부분의 당원들은 당비를 내지 않습니다.하지만 모든 당원들이 매월 5000∼1만원의 당비를 내는 게 민노당입니다.
◇지방선거에서 높은 지지율을 받아 창당 이후 처음으로 국고보조금을 받게 됐는데요. 빠듯한 살림에 힘이 되지요.2만 3000명의 당원들이 내는 당비가 월 평균 2억원쯤 되는데 이번에 분기별로 1억 3000여만원을 받게 됐으니 나아지겠지요.지금도 당비 사용내역을 당원들에게 공개하고 있지만,국고보조금 사용내역도 철저하게 공개할 생각입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 2명,비례대표에서 9명이 당선됐습니다.이를 계기로 지방행정을 바꿔나가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특히 비례대표 당선자는 모두 여성입니다.9개 광역으로 흩어져 있지만,가정주부가 살림하는 것처럼 지방행정을 철저히 감시할 것입니다.여성을 중심으로 한 주민참여제를 통해 지방의 살림살이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8·8재보선을 미니총선이라고도 하는데요.후보를 모두 공천할 계획입니까. 아직 방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국고보조금을 선거비용으로 쓸 수도 없기 때문에 전지역에 후보를 내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8·8재보선이 연말의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당원들의 성금을 받아 전 지역에서 후보를 내는 문제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내에서 박근혜(朴槿惠)·정몽준(鄭夢準) 의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민주당 형태를 이루면서 박근혜·정몽준 의원을 영입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측은 박근혜·정몽준 의원을 영입하면,현재 가라앉고 있는 노 후보의 위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분열되지 않으면 박근혜·정몽준 의원 영입은 힘들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민주당이 분열되지 않으면 (박근혜·정몽준 등)새로운 세력이 민주당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없습니다.현재의 상태에서는 박근혜·정몽준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연말의 대통령선거는 다자(多者)구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대선에 진보진영과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할 듯한데요. 민노당은 지방선거의 성과를 모아서 진보진영의 단결을 이뤄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범(汎)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8월까지는 후보를 낼 것입니다.노동자·농민·지식인그룹과 진보적 시민단체 간담회를 제안할 계획입니다.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노당 내에서 후보를 독자적으로 낼 것입니다.사회당과는 당대당 통합논의도 해야지요.
◇민노당은 일부 국민들에게는 과격한 이미지로 비쳐지기도 하는데요.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석준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바람을 일으켜 민주당 한이헌(韓利憲) 후보와 비슷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최악의 조건이었지만 김석준 후보가 선전한 것은 TV토론을 통해 정책 등을 제대로 알릴 수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선도 기존 정당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는 돈을 받지 않고 광고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민노당은 국회에서 의석이 없다는 이유로 광고방송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대선때는 시정돼야 합니다.
◇TV토론 문제는 어떻습니까. 방송사들은 5% 이상의 지지를 받는 정당의 후보는 TV토론에 참여하도록 했던 (내부)규정을 이번 대선에 적용해야 합니다.민노당은 결코 과격한 집단이 아닙니다.TV토론이나 광고를 하면 민노당은 과격한 정당이 아닌 정책정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릴 수 있지만,지금은 그런 기회가 사실상 봉쇄돼 있습니다.올 연말의 대선에서는 이런 불공정한 게 시정돼야 합니다.
정리 곽태헌 이지운기자 tiger@
2002-06-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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