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세치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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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6-14 00:00
입력 2002-06-14 00:00
전국시대의 책사(策士)로 이름난 장의(張儀·?∼BC 309)는 젊었을 때 배운 유세술(遊說術)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여러 나라를 떠돌아 다녔다.제(齊)에 갔을 때 입을 잘못 놀렸다가 도적으로 몰려 고문까지 받았다.간신히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온 장의에게 아내는 “유세 같은 것이나 배우니 봉변을 당하지요.”라며 나무랐다.

이에 장의는 “내 혀를 봐,있는가 없는가.”라고 물었다.아내가 웃으면서 “붙어 있다.”고 말하자 장의는 “그것으로 충분해.”라고 대답했다.세치의 혀로 천하를 누빈 세객(說客)다운 말이다.유세,세객은 장의가 활약하던 기원전 3세기경 춘추전국시대에 생긴 말이다.



13일 전국의 투표구에서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현대판 ‘장의’들은 지난 보름 동안 유권자들을 상대로 막말과 거짓말,단말과 쓴말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을 세치의 혀 끝으로 쏟아냈다.예나 지금이나 혀 끝의 진실을 가리는 것은 듣는 이의 몫인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2-06-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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