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포기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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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15 00:00
입력 2002-03-15 00:00
수를 세는 단위 체계가 서양은 1000을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는 10000이다.만의 만 배가 억이요,억의 만 배가 조,조의만 배가 경 이런 식이다.국어사전을 찾아 보면 가장 큰 수를 나타내는 말은 무량수 혹은 무량대수다.무량대수는 바로 아래 단위인 불가사의의 만 배 혹은 억 배라고 풀이돼 있다.

이론적으로 무량대수보다 큰 수가 얼마든지 가능할 테지만사람들은 해당하는 용어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크고,많고,높은 것을 추구하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정해 두자는 현인의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든다.많은 것을 간절히 바랐다 하더라도 포기할 줄도 아는 지혜를 배우자는 뜻이 아니겠는가.



포기는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것의 시작을 의미한다.특별한 사정으로 강요된 포기라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그러나 아픔을 극복하는 순간이면 무엇인가가 새롭게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한 해의 순환을 새롭게 시작하는 계절이다.새로운 비전을 싹 틔우는 ‘포기의 미학’도 음미해볼 만하다.

정인학 논설위원
2002-03-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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