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규제 ‘진퇴양난’
수정 2002-03-02 00:00
입력 2002-03-02 00:00
다만 로버트 죌릭 USTR 대표가 28일(현지시간) “통상법 201조에 따른 긴급수입제한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간접적으로 규제를 시사한 게 전부다.사안이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해 부시 행정부도 선뜻발표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듯하다.‘미 철강산업 보호’는 명분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2004년 대선전략이 밑바탕에 깔렸다는 관측이다.2000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 등 철강산업이 밀집된 지역에서앨 고어 후보에 크게 뒤진 것을 만회하기 위한 일종의 ‘선심성 정책’이라는 것.
미 의회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철강 생산지역 출신의원들은 40%의 고관세를 주장하는 반면 가전업체 등 수입철강을 쓰는 산업지역 출신 의원들은어떤 관세나 쿼터에도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3자 입장에 있는 의원들은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아예 언급을 회피한다.철강산업 종사자들은 이날 백악관 앞에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부두 하역 근로자와 선박회사 등은 철강수입이감소하면 수만명의 실직자가 생긴다며 반발, 미국 내에서도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외적으론 ‘무역전쟁(trade war)’으로까지 비화될 수있다.유럽연합(EU)은 미국의 수입규제로 철강이 EU로 선회하면 관세로 대응할 것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브라질은 미주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려는 미국과의 대화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러시아는 주요 수출품목인철강이 제한되면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협력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죌릭 USTR 대표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도 EU와의무역전쟁을 바라지는 않는다.”며 “유럽도 1980년대에 철강산업을 민영화하면서 5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mip@
2002-03-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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