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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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3-13 00:00
입력 2001-03-13 00:00
200년전 조선시대말 호남 지방 한 농가가 집안 대소사를 기록한 일지를 한 작가가 읽었다.그 흔한 날씨 기록도 없이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하루 행사가 집약돼 적혀 있었다.“시냇가에서 고기 잡아 회 쳐먹고 놀았다.” 찡하는 느낌과 함께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했다.짧은 글에서금방 잡혀 펄떡이는 물고기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고 그는 말했다.그리고 개울가에서 마을사람들이 물장난을 하며 물고기를 잡고 한쪽에서는 칼로 회를 뜨는 모습도 생생하게 떠올랐다.“아,오래전에도 사람들은 지금과 같이 살았구나.” 흘러간 과거는 희뿌연 흑백사진처럼 색이 바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흐릿한 기억만큼 나날이 불투명했을 것으로 짐작한다.그러나 옛사람들이 살았던 세상도 해 뜨고 눈·비 온 시절이었을 것이다.그 속에서 갈등하고 사랑하고 즐겁게 놀다 간 것이다.어제가 모두 까맣고 내일이 모두 찬란하지만은 않다.낮이 지나고 밤이 오며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과거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2001-03-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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