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자극적 대조
기자
수정 2001-02-15 00:00
입력 2001-02-15 00:00
아울러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에의해 개조된 집의 모양새가 흥미로운 볼거리였을 터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확실히 개조된 집은 새로운,그리고 화려한 탄생의 의미를 알게 했다.새로운 둥지를 마련하게 된가족들은 한결같이 감탄했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그런 장면을 보면서 그들의 새 출발을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도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러다 문득 마뜩찮은 생각이 들었다.다름아닌 자극적 대조어법 때문이었다.
개조 전후의 집 모습을 묘사하는 말들은 그야말로 너무나도지나친 대조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방(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너저분하고 칙칙했던 공간이 화사한 봄햇살 가득한 사랑의 화원으로 바뀌었다’는 식의 대조법이었다.그거리는 마치 지옥과 천국의 거리만큼 아득해 보였다.
정리되지 않은 가재 도구들로 어수선한 개조 이전의 방과,새로운 모습으로 산뜻하게 단장한 개조 이후의 방 사이의 대조는 어쩌면 자연스런 것인지도 모른다.그리고 그것은 프로그램의 의도에 빗나간 것도 아니다.그러나 새로 탄생한 ‘러브하우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이전의 집과 살림살이들이 그토록 매도되어도 좋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비록객관적인 척도로 재기에 누추하고 궁색해 보이더라도,그 나름의 아름다움과 진실이 있지 않았을까.더구나 그 공간은 지금까지 거기 살았던 가족들의 삶의 숨결과 애환이 담긴 구체적 삶의 둥지가 아니었던가.그 공간을 아직 삶의 냄새를 피우지 않는 장식적 공간과 자극적으로 대조하여 격하하고 폄훼한다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한쪽을 추켜세우기위해 다른쪽을 심하게 깎아내리는 경우가흔하다. 전부(all)와 전무(nothing),O와 X 사이의 극단적 대조와 이분법이 여전하다.그런 분위기에서라면 삶은 종종 모독당하기 쉽다.질적인 측면에서 미세한 정도의 차이를 분별하여 어떤 경우라도 그만큼의 가치를 존중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요청된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2001-02-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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