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국민은행장의 ‘출퇴양난’을 보며
기자
수정 2000-12-14 00:00
입력 2000-12-14 00:00
당시 2주일 만에 취임식을 치른 김행장은 그동안 합병설이 나올 때마다 ‘NO’라고 선을 그어 ‘합병 전도사’라는 오해를 불식시켰다.
노조원들도 한달 만에 주택청약예금을 1조원이나 더 유치하는 저력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8개월 동안 노사가 쌓았던 신뢰와 노력은 순식간에 물거품이되고 말았다.김행장은 “지금으로서는 할 얘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다른 은행장들도 약속이나 한 듯 ‘노코멘트’로 일관한다.
시너지효과를 따지던 행장들의 소신은 사라지고,대신 정부 압력에옴짝달싹 못하는 ‘대한민국 은행장’의 곤혹스러움만 존재한다.오죽했으면 합병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이 ‘대주주를 열심히 설득중’이라는 희한한 보도자료까지배포했을까.
합병은 은행장 한사람이 찬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업무의 80%가중첩되는 국민,주택은행간의 합병이 시너지효과를 거두려면 대규모인력감축이 뒤따라야 한다.이러한 전제가 풀리지 않으면 ‘거대한 비효율 덩어리 은행’이 탄생할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냉소한다.지금처럼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설령 ‘밀어붙이기’에성공한다 하더라도 합병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두 은행은 어찌됐건 우량은행으로 추켜세워지던 은행들이다.합병을강요할 명분도,권한도 없다.정부의 조급함과 행장의 ‘눈치보기’가일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노조도 합병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인력감축에 대해서는 한사코반대하는 모순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합병설로 시장에서 왜 주가가 오르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주주와 직원들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합병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사례는 외국에 무수히 많다.이들 은행은 이후 주가하락으로 엄청난 후유증을 겪었다.
구조조정은 결코 늦출 수 없는 과제다.합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은행을 채찍질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미리 밥뚜껑을 열면 설익은 밥만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안미현 경제팀 기자 hyun@
2000-12-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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