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市場이 결정한다
수정 2000-07-08 00:00
입력 2000-07-08 00:00
양측이 서로의 이해폭을 넓혀 파국은 막아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은행 노조측은 시중 돈이 흐르는 양상을 주목하길 바란다.파업불참을 선언한 일부 은행으로 최근 수일간 수천억원의 단기자금이 이동했다.물론 파업 참가 은행에 넣어두었다가 파업 때문에 쓰지 못할까봐 일주일 미만의 초단기 결제자금이 뛰쳐 나온 것이다.은행들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값도 파업 여부에 따라 등락이 교차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금융시장의 반응은 파업우려가 대부분의 예금자와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어떤 신호를 주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시중 돈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신용 경색 현상이 빚어지는 마당에 예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보자는 것은 어찌 보면 시장의 당연한 반응이다.은행 업무의 마비를 우려하는 개인,기업과 다른 금융기관들이 피해를 줄이려고 안전장치를발동한 결과이다.
특히 대기업들도 은행들의 파업 강행때에 대비,거래 은행까지 바꿀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사정이라면 파업이 은행 영업에 타격을 주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파업에 돌입하는 은행들이 기존 예금의 이탈과신규 고객 유치 실패 등으로 입는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시장의 움직임은 내년부터 1인당 예금보호 한도가 2,000만원으로 축소되면서 이미 나타난 우량 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파업으로 치달을 경우 부실이 많은 데다 파업에 참여한 은행들이 앉아서 당할 불이익은 엄청날 것이다.은행간 예금과 고객의 치열한 유치 경쟁에서 전력을 다해 뛰어도 모자랄 판에 예금과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초래할 결과를 파업에 동참하는 노조원들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좋든 싫든이제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 은행까지 끼어들어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경쟁상태에 와 있다.금융기관의 생명줄인 예금이 감소하고 고객이 이탈하면 그다음 수순은 조직과 종업원 축소밖에 없을 것이다.노조원들이 파업 결정을통해 줄이려 했던 감원 우려를 파업사태가 더 촉발시키는 아이러니가 빚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노조측이 정부와의 협상 주제를 관치금융 청산 등 거창한 거시금융정책에서 보다 노조원들의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사안으로 내려오길 바란다.
그리고 정부와의 협상에서 되도록 유연하게 노조원들의 이익을 지켰으면 한다.시장이 파업 은행에 줄 불이익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000-07-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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