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 청문회 참뜻 살려야
수정 2000-06-23 00:00
입력 2000-06-23 00:00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국회가 검증하는 제도이다.대상자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최고위 공직자 23명이다.이 제도 도입 배경에는 공직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대다수 국민들은 ‘함량미달’의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문제 투성이인 사람이 고위공직을 차지한다는 것이 국가적 부담이며 손실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총리서리에 대한 청문회는 향후 인사청문회 운영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주목된다. 국회 특위는 이총리서리의 공직생활은 물론 사생활의 의혹부분도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이를 위해 이총리서리가 검사로 재직할 때의 공안사건 피의자,내무장관 시절 공권력이 투입된 파업현장의 노조위원장도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제대로 실시될지는 불투명하다.당초 청문회 실시 여부를놓고 논쟁을 할 때도 그랬지만 증인·참고인 7명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이해다툼이 지나치게 두드러졌기 때문이다.여권은 한나라당이 이총리서리의 당적변경을 문제 삼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등의 증인 채택을 검토하는 등 정치공세에만 치중한다고 비난하고 있다.자질 검증보다는 ‘흠집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이총리서리를 감싸기 위해 ‘발목’만 잡으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위증이나 근거 없는 폭로·비난발언에 대한 처벌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청문대상자가 거짓말로 일관하면 청문회는 요식행위로 끝나고 청문위원의 마구잡이식 질문은 명예훼손 등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것이다.10일로정해진 청문회 준비기간도 너무 짧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증인과 참고인에대한 출석통보를 5일 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준비기간은 5일에 불과하고,서면질의서도 4일 전에 제출해야 하므로 내용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크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핵심 견제장치이다.이를 도입하기 위해 정치권은 10년 동안 논란을 계속했다.여야는 정파를 초월해 엄정한 공직검증제도의 소중한 싹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여당의과잉방어, 야당의 무절제한 정치공세는 경계의 대상이다.청문회 과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다.따라서 최종 심판자는 청문위원이 아닌 국민이라는 사실을 정치권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00-06-23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