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OECD 한국규제개혁 보고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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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6-08 00:00
입력 2000-06-08 00:00
정부는 경제위기를 맞아 각종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OECD의 규제개혁심사가 대내외적으로 우리의 개혁의지를 천명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개혁결과에 부동의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호응했다.이번 보고서는 지난 2년여의 규제개혁 및 경제개혁 성과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이는 우리나라의 개혁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최초의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라는 점에서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OECD가 점수를 주는 것은 다분히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 그만한 개혁을 추진해 왔다는 우리의 특수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우리의 개혁내용과 성과,추진방식과 전략 그 자체가 탁월해서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50%에 달하는 규제의 폐지 및 개선노력에도 규제개혁의 선진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우리가 그간 OECD가 중심이 되어 정리해 온 바람직한 규제개혁의 원리와 개혁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점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실천적인 면에서 그것의 원리와 전략을 아직 충분히 체득한 것 같지는 않다는 평가인 것이다.
우리가 규제개혁을 통해 이룩하려는 것이 시장경제원리의 창달이라면 개혁과정과 방법도 그것에 걸맞게 시장 지향적이어야 한다.하지만 당면한 위기의극복을 이유로 정부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재량적인 정책개입을 계속해 좀더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이 시장으로서 자율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틀을 만들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는 아직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우리가 소위 ‘개혁의 피로감’을 느끼는 이시점에서 매우 적절하고 유용한 제안인 동시에 깊이 음미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규제개혁의 핵심적 수단인 규제영향분석제도의 목적은 불합리한 규제의 신설과 강화를 억제하는 데도 있지만,규제를 생산하는 기관이 규제의 경제적 타당성과 정치적 형평성 검토,대체적 규제수단의 발굴,규제수단의 효과성 확보 등에 깊은 관심과 책임의식을 갖고 임해 전반적으로 규제정책 과정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극히 피상적일 뿐 아니라 그나마 형식화되는 경향을 보이고있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지적이다.
이번 보고서가 특별히 언급하는 사항들은 이밖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규제개혁위원회의 역할 강화,경쟁정책의 확산 등여러가지다.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제도란 정부의 지시나 명령에 따라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정부가 제도를 새로운경제사회의 운영방식으로서 또한 각 행위자가 경제사회의 구조변화와 시대요청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역할을 새롭고 올바로 정립하고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철저하게 책임을 지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유인구조 및 게임규칙으로 이해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도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아닐까 한다.
崔炳善 서울대교수·행정학
2000-06-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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