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정책 발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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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6-06 00:00
입력 2000-06-06 00:00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을 빼고는 여성우선해고,임시직 여성노동자 증가,여성장관수 축소,여성정책 전담기구 권한 약화 등 여성친화적인 정책이라고 보기엔 미흡했다.
왜 남다른 기대를 모았던 현 정부에서 여성정책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 여성정책 발전의 척도는 정책의 내용보다는 정책을 이행시킬 수 있는구체적인 ‘도구와 수단’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가이다.‘도구와 수단’이란 바로 여성정책 전담기구와 예산,여성정책을 실행할 성인지적(性認知的)인사고를 가진 공무원들이다.
여성정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여성관련 정부예산을 보면 전체예산의 0.3%에 불과하고,여성정책 전담기구인 여성특별위원회는 권한이 매우 미약하다.
즉 정책조정기능의 형식화,여성정책의 고유업무 결여,정책수행 조직역량의부족,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 부족,차별구제기능 미약 등의 문제가 있다.또위원장의 위상이 장관이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간의 여성정책 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현 정부의 여성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현 정부가 집권한지도 2년이 지났고,긴박한 경제위기도 넘겼으며 16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됐다.여러가지 환경 변화가 있는 만큼 이제 발상을 바꾸면 된다.
국가 발전에 있어서 가장 낙후되어 있는 여성정책을 우선순위로 설정하고,여성인력을 개발하여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사회보장정책을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여성정책은 내용이 없어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집권자의 강력한 의지와 이를 실행할 정부조직이 뒷받침되지 못해서 진전이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조직 개편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여성부 신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국가 핵심역량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여성정책을 수행해 온 여성특위의 결함을 보완하고 기타 관련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여성관련 업무에 대해 총괄·기획·조정·집행·지원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형태의 기구가 필요하다.
여성부가 신설되면 여성관련 법령을 국회에 독자적으로 제안하고 여성관련부령 제정권이 확보된다.또한 여성정책의 주류화를 위해 정책총괄·조정권한이 강화될 뿐 아니라,여성정책 핵심부문을 고유업무영역으로 확보하고,집행기능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녀차별사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계선조직을 설치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 여성정책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부 신설에 반대하는 논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주의이거나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능주의일 것이다.21세기 사회 변화의 원동력은지금까지 억압되어 왔던 여성의 잠재력과 감성,경험을 얼마나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여성들은 원한다.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편견에 시달리지 않고 여성의능력이 발휘되고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사회,가정과 직장을 양립하면서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민주적이고 열린 가족관계가 가능한 사회,그래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편안하고 평등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기를….
南仁順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2000-06-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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