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당당한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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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2-04 00:00
입력 1999-12-04 00:00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생겼다.행방을 얘기하지 않고 애를 먹이다가 늦게 나타난 어린 딸을 야단치다가 사연을 설명하려는 입을 막고야 말았다.
말대답하지 말라고 하면서.무조건 잘못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다는 다짐이나 하라고.그때 딸의 입은 굳게 닫히고 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빛을 역력히 보였다.딸이 늦은 이유는 벗이 학교에서 팔을 다쳐 책가방을 들 수 없어그 집까지 함께 가 주었던 것이다.딸은 물었다.왜 본인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냐고.또 말대답이 무슨 뜻이냐고.그 때의 아이 눈빛은 아마도당분간잊지 못할 듯하다.
일전에 호프집 화재사고로 친구들을 잃은 인천 15개 고교 대표들이 기성세대를 질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만들었으나 교육 당국의 만류로 발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수능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장학사가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어쩌면 학생들의 의견이 어설프고 감상적일 수도 있다.이보다는 무조건 이들의 입을 막는 것은더 어설프고 구차한 모습이 아닐까.학생들은 언제나 조용히 미래를 위해 공부만 해야 하고 주위를 살피는 배려는 하지 말라는 것은 낙후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표현의 자유.우리의 질곡의 역사 속에서 얼마나 자주 대두됐던 화두였나.어른으로서의 진정한 권위는 아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그것에 대한 평가를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닐까.새천년에는 말대답하지 말라는 외침보다는 귀 기울이는 잔잔한 모습의 어른이 되고 싶다.당당하면서도넉넉한 포용력으로.
[김미경 펄벅재단한국지부 대표]
1999-12-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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