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白凡 음악회’에 친일파曲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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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07 00:00
입력 1999-07-07 00:00
다가오는 21세기를 떳떳하게 맞이하기 위해 국민들로 하여금 백범의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마련된 것이라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출연진의진지한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전달됐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홍난파가 작곡한 ‘봉선화’가 연주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비록 홍난파가 한국 현대음악에 끼친 영향은 컸지만 그 이전에 그는 ‘친일음악의 대부’였다.지난 92년 8월 당시 문화체육부가 이달의 문화인물로홍난파를 선정했다가 흥사단과 연구단체들이 그의 친일행적을 비판하자 취소했다.
‘봉선화’도 민족의 애환과 설움을 달래기 위해 작곡됐으나 일제에 의해금지곡이 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난 96년 4월 친일단체였던 경성후생실내악단의 42년 6월 공연에서 소프라노 김천애가 ‘봉선화’를 불렀던 당시 프로그램이 발견돼 금지곡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봉선화’가 민족의애환과 설움을 달랜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노래말을 보면 민족의 웅건한 기백이나 기상은 찾아볼 수 없다.처량하고 애조 띤 곡조로 오히려 슬픔에 잠기게 해 민족의 설움을 달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봉선화’가 우리민족의 설움을 달래는 ‘민족가곡’으로 일제에 의해 금지곡이 됐던 노래라고 치자.그래도 ‘정의의 개가’‘희망의 아침’ 등 친일가요를 만든 친일파 홍난파가 작곡한 ‘봉선화’만이 민족정서를 대변하는노래로 백범 서거 50년 나라사랑음악회에서 불려져야 했을까.민족의 정서와웅건한 기상을 담고 있는 다른 좋은 노래를 두고 굳이 친일 반역자인 홍난파의 곡을 선정한 의도가 무엇일까. 한평생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 백범의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고 본받기 위한 뜻깊은 자리였다.이런 행사에 친일파의곡을 끼워넣어 나라사랑 정신을 희석하는 일이 다시 또 일어나지 않도록 연주곡 선정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육철희[신시민운동연합
1999-07-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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