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넓고 정년은 짧다/어느 구청직원의 공개적 인사이동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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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1-28 00:00
입력 1998-11-28 00:00
◎“인터넷 전문가 실력 발휘 정보화 늦은 他구청 가서 책임지고 전산화시키겠다”

“이제 모든 일을 끝냈으니 나를 다른 구청으로 보내달라.”

한 구청 전산계장이 인터넷을 통해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인사이동을 시켜달라는 ‘광고’를 냈다. 주인공은 부산 영도구청 宋榮浩 전산담당(43)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자신이 영도구청에서 일한 2년여 동안 정보화와 관련된 사업 가운데 인터넷 홈페이지와 인터넷정보센터를 만드는 등 예산이 필요치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은 모두 마무리했다.

앞으로 남아 있는 구정(區政)정보화는 PC를 보급하고,전자결재 시스템을 갖추는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들. 그러나 IMF 상황에서 예산을 배정받는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니 남아 있는 것보다는 정보화가 뒤진 다른 구청으로 자리를 옮겨 수준을 높여놓겠다는 것이다.

宋씨는 그런 만큼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영도구보다 정보화가 앞서 있는 해운대·부산진·사상·동래·중구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정년이 12년 남았으니 한곳에 2년씩 있으면 6개 구청의 ‘돈이 들지 않는’ 정보화 사업은 자신이 책임져 최소한 영도구 수준만큼은 높여놓겠다는 것이다.

그가 영도구청 전산계장에 부임한 것은 지난해 1월. 당장 직원들과 함께 영도구의 인터넷 홈페이지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 2월에 개통시켰다.

7월에는 17개 동사무소 모두에 586PC로 주민들이 언제든지 인터넷과 PC통신을 할 수 있는 우리동네정보센터를 열었다. 올들어 3월에는 인터넷을 이용해 관내 셋집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전세방을 열었다. 5월에는 관내 모든 동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각 동마다 ‘인터넷 동네신문’을 ‘창간’토록 했다. 동네신문에는 광고까지 유치해 한달에 100만원의 부수입까지 올려 구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6월에는 관내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32개 각급 학교 가운데 26개교에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모든 학교를 링크시켰다.

그는 동위공전 전산학과 출신. 그러나 일반직 공무원으로 지난 87년 동사무소에서 민방위업무를 맡던 시절 워낙 악필(惡筆)이어서 훈련통지서를 받은 주민들의 불평이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훈련통지서 전산화 작업을 시작하며 아예 직렬도 전산직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宋씨는 27일 “이제 정년도 줄었고,급여도 깎였으며,동료들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것은 일의 보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 가든 비슷한 조건에서 똑같은 봉급을 받는 상황에서 성취감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구로 가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다 보면 퇴직하고 나서도 정보화와 관련된 일에 자신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자신의 포석이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함을 굳지 감추려하지 않았다.

그가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올린 글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부산 광역시는 넓고,정년은 짧은데 할 일은 많다. 진짜 아껴야 하는 것은 돈이 아니고 시간이다.’<徐東澈 dcsuh@daehanmaeil.com>
1998-11-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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