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윤리 앞세운 政爭의 몰윤리(해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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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0-13 00:00
입력 1998-10-13 00:00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불륜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은 하원 본회의에서 탄핵절차를 의결함으로써 큰 고비를 맞았다.클린턴 대통령은 자리에서 쫓겨날 가능성에 직면한 미국사상 세번째 대통령이 됐다.

이상한 일이지만 백악관 주변은 긴박감보다 이젠 한숨을 돌렸다는 안도감이 감돈다고 한다.실제로 정치·경제적 상황이 격변하지 않는 한 대통령의 자발적 사임이나 탄핵에 의한 퇴임은 없다는게 현지 소식통의 정세분석이다.

하원 결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예상을 훨씬 밑도는 31명에 그쳤다.결의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이 100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는 바람에 백악관측이 설득에 나서 31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백악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탄핵결의에 동조한 31명은 순수하게 윤리적 판단을 한 것일까.상당히 의심스럽다.대부분은 1개월 남겨둔 중간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을 했을 것이다.탄핵절차에 동조하지 않으면 다음선거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계산은 공화당쪽도 비슷하다.정치적 신념이나양심과는 거리가 멀다.일관된 미국 국민들의 여론에 눈치를 보고있다.대통령의 불륜이나 거짓말에는 불쾌해하면서도 과반수가 ‘대통령의 실적’을 평가하고,이 사건으로 ‘사임할 필요까지는 없다’는게 대체적인 미국민들의 생각이다.의회가 백악관측에 약점을 잡히고 있는 격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에서 가장 칭찬받지 못할 사람은 두말할 나위없이 대통령이다.지나치게 경솔한 행동을 저지른 나머지 공인으로서 거짓말을 한 ‘윤리의 죄’는 무겁다.그렇지만 이때문에 탄핵소추를 당해야 하는지는 별문제이다.

이처럼 윤리를 앞세운 정쟁의 몰윤리한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걸까. 민주주의의 본가에서 일어난 이번 정치드라마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가장 결여된 것은 진정한 고뇌이다.‘미국의 세기’라고도 일컬어지는 금세기말의 풍경은 슬프기조차 하다.<마이니치 10월10일자>
1998-10-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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