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연약한 꽃한송이/盧成泰 한화경제연구원장(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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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9-21 00:00
입력 1998-09-21 00:00
과거 사례들을 보더라도 미국의 경우 1929년의 주가 대폭락으로 야기된 금융불안을 중앙은행이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방관함으로써 끝내는 실업률이 25%까지 이르는 대공황을 경험하게 되었다. 정권까지 바뀌어 33년에 취임 한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였으나 5∼6년이 지나도 국민소득은 공황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었다.40년대에 들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특수가 생겨나서야 비로소 미국경제는 그 깊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공황 도래 주장 설득력
한동안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일본경제도 90년대 초 거품을 걷어낸답시고 내려친 일본은행의 금융긴축이라는 주먹 한방에 주저앉고 말았다.92년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한 일본경제는 아직도 혼미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의 칭송을 받던 고도성장의 우리경제도 IMF관리체제하에서 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통계당국의 장난은 아니겠지만 경제성장률이 불경기였던 작년 2분기에 6.6%였는데 금년 2분기에는 부호만 바뀐 -6.6%로 급락하였다.고금리와 신용경색은 선진국 경제까지도 파탄에 빠뜨릴 수 있는 극약처방인데 하물며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 기업들이 이것을 마셨으니 어느 하나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공황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다보니 정부와 IMF는 경제정책 방향을 급선회하여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 주는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더 풀어놓는 완화된 금융정책 등의 명목적이고 전통적인 정책수단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면 지극히 안이한 발상이라고 하겠다.아무리 부양책이 발동되더라도 움츠러든 가계가 소비를 늘리지 않고 족쇄를 찬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없다면 헛되이 용만 쓴 모양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회적 불안 해소부터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은 역시 새뮤얼슨이 지적한 대로 우리 경제 사회에 팽배해 있는 불안을 해소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지금 우리 국민들은 대내외적으로 당면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엄청난 불안감에 짓눌려 있다.대표적인 경우로 은행의 임직원은 폐쇄,합병,감원,문제여신에 대한 책임추궁에 떨다보니 일이 손에 잡힐 수가 없고 신규여신은 중단되다시피 하여 신용경색을 심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경기부양 노력의 초점을 불안요인 해소에 두자는 것이 구조조정 노력의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그간의 실적과 우리 경제 사회의 수용능력을 다시 한 번 대조해서 꼭 필요한 개혁은 오히려 보다 신속·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고 실효성이 없거나 보다 장기를 요하는 개혁조치들은 재조정하여 새롭고 명확한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여야 움츠려 시들어가던 우리경제의 꽃이 다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1998-09-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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