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치개혁의 첫 단추로(사설)
수정 1998-09-09 00:00
입력 1998-09-09 00:00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지난해 말 국세청장과 차장이 당시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李會昌 한나라당총재의 선거자금을 모금한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덮어둘 수 없는 중대한 범법행위다.
세금감면을 조건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거둬들인 것은 탈세를 조장하고 국가예산을 도둑질한 범죄지 표적수사, 편파수사, 정치보복이라는 정쟁의 수단으로 떨어뜨릴 사안이 아니다. 조세법정주의를 모범적으로 지키고 전파해야 할 국세청장이 막강한 권좌에서 선거자금을 뜯어낸 사건은 희대의 금품갈취 사건일뿐,형평에 어긋나는 수사운운은 가당치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를 도우며 선거를 총괄하는 기획본부장으로서 그의동창생인 국세청차장과 공모해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회기중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내세우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조세정의에 대한 도전은 물론 나라의 기강까지 무너뜨리는 억지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개혁은 부정한 돈거래를 차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국세청을 이용한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된 사정을 정치개혁의 첫단추를 끼는 계기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또 사정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검찰고위층이 여야의 정치실세에 대해 ‘정치적 고려’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검찰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하는 말을 듣는 빌미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때의 金대통령 선거자금도 수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당연히 옳다. 그러나 한번도 야당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우리 정치현실에서 구여당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을 확보했던 것은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당시 야당에게도 빈약한대로 정치자금이 일부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똑같이 나쁘다는 양비론으로 보수 언론을 비롯한 일부 세력이 희석시켜 결과적으로 더 많은 부정을 지지른 쪽에 면죄부를 주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오도된 생각들을 바로 잡아준다는 차원에서도 이를 밝혀 죄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차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검찰은 수사논리와 증거주의에 입각해 정치개혁의 수순을 열어주는 차원에서 정치인들의 검은 돈거래를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1998-09-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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