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어떻게 됐는지”/파주시 재해본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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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8-08 00:00
입력 1998-08-08 00:00
“우리집이 어떻게 됐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가 보지를 못했으니…”.
7일 낮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파주시청 별관 2층의 재해대책본부.수해복구작업에 쓰일 마대를 추가로 구입하기 위해 기안서를 작성하던 한 공무원은 “이번 비에 피해를 입은 직원은 없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다른 직원은 “잠은 어디서 자느냐”고 묻는 기자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보더니 “여기요”하며 자신이 앉아있는 사무용 의자를 툭툭쳤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잠을 잘 수가 있겠습니까”라며 한가한 소리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파주시는 이번 폭우로 20명이 숨지고 15명이 실종됐다. 또 4,641가구 1만 3,041명의 이재민을 냈다. 주요 도로와 철도가 모두 유실되고 전체 농경지의 55%인 5,484㏊가 침수되는 유례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틀째 꼬박 밤을 새운 파주시청 공무원들은 그러나 피곤함 속에서도 망연자실하기 보다는 분주히 피해복구를 독려하는 등 활기에 차 있었다.
수해복구의 주무계인 방재계 尹利榮씨(27)는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96년 문산읍이 완전히 잠기는 수재를 겪었던 고참 계장들이 창문밖 빗줄기를 보더니 “심상치 않다”면서 전직원 비상소집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대책본부에는 현재 군(軍)과 소방서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수해복구와 관련이 있는 기관에서도 나와 있지만 가장 바쁜 사람들은 역시 파주시청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하루종일 지원을 요청하는 주민들의 전화를 받아 해당부서에 연결해주고,다시 조치결과를 통보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대민지원반의 郭箕鎔 재난관리계장은 “무엇이 가장 어려우냐”는 질문에 “인력이나 장비가 충분치 않은만큼 합리적으로 운용하려고 하지만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잘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우선은 내려앉은 다리나 흙으로 가로 막힌 도로에 인력을 집중 투입할 수 밖에 없는데도 주민들은 “당장 안방에 물을 퍼내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주어야지 다리를 먼저 고치느냐”고 욕설을 퍼붓는다. 또 두사람이 사흘 동안 작업하면 원상회복이 되겠다고 판단하여 복구반원을 보내면,“열사람을 보내면 반나절이면 끝날 텐데 일을 어떻게 하는 거냐”라며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파주=徐東澈 기자 dcsuh@seoul.co.kr>
1998-08-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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