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런 외교관 추방(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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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07 00:00
입력 1998-07-07 00:00
러시아가 한국 외교관을 ‘간첩혐의’로 추방한 것은 한·러 우호관계나 외교관례로 보아 이례적인 조치로 대단히 놀랍고 유감스러운 일이다.한·러수교 이후 처음 겪는 중대한 사건이라 할 수 있으며 자칫 이 일로 두나라 관계가 냉각되고 금이 갈까 걱정스럽다.

우리가 이번 사건에 유감과 함께 의아심을 갖지않을 수 없는 것은 추방 자체가 우호국간에는 좀처럼 취하지않는 외교상의 최강경조치인데다 추방 과정에서 러시아당국이 보여준 몇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때문이다.

추방조치된 한국 대사관 趙成禹 참사관의 문제가 된 행위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앞으로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주재국의 외무부간부를 만나고있는 외교관을 수사기관이 연행·구금한 채 두시간 동안 조사한 것은 외교관의 신체불가침성을 규정한 빈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다. 더구나 趙참사관이 러시아관리를 만나는 장면을 찍은 필름을 언론에 흘려 마치 어마어마한 간첩행위를 하고있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우리 외교관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라 할것이다. 외교관이 주재국관련 관리를 만나협의하는 것은 외교관의 일상업무라 할 수 있으며 주고받은 정보가 중요한 국가기밀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기까지는 공개적으로 간첩이니 추방이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설령 趙참사관의 행위가 러시아측 주장대로라고 하더라도 우호국간의 외교관 추방결정은 사전에 상대국과 협의하는 것이 관례로 돼있으나 러시아측은 간첩혐의가 입증되기도 전에 추방결정을 하고 우리 대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대사에게 통보하는 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알린 것도 외교관례상 드문 일이다. 러시아측의 이같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때문에 이번 사건이 러시아의 외무부와 연방보안국간의 알력때문이라느니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의 표시라는 등의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수교이후 순조로운 우호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4자 회담에 러시아가 소외된 것과 뜻하지않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두나라간의 경제협력이 다소 주춤해진 것이 러시아의 불만일 수 있다.그러나 러시아는 한반도문제에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는 주변 4대 강국의 하나로 우리 입장을 지지해주는 주요 우호국이며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이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두나라 관계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양국정부가 진상을 정확히 파악, 적절히 사태를 풀어나가되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두나라 관계를 경색시키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혹시 오해나 불만이 있었다면 대화와 협력으로 해소해야할 것이다.두나라 모두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불편한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8-07-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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