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미·일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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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14 00:00
입력 1997-12-14 00:00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 대한 미·일 양국의 조기 외환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12일 미·일 두나라는 한결 같이 경제구조 조정을 통한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대한 조기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미국/경제구조 조정 성실 이행을
미 재무부 대변인은 12일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 협약에서 미국이 약속한 50억 달러의 조기지원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미 정부는 한국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IMF와 약속한 경제구조 조정계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의 현 경제위기가 국제 신뢰도 하락에서 비롯된 만큼 이 약속만 지키면 신뢰를 회복해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IMF와 약속한 경제구조 조정계획을 즉각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은 또 IMF가 주도한 대한 금융지원 패키지에서 미국이 50억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한 것은 어디까지나 ‘제2 방어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IMF 중심의 긴급 금융지원으로도 사태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에만 미국이 나서겠다는 뜻이지,IMF나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이전에 미국이 지원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 금융위기 때마다 미국이 자금을 공여하는데 대한 의회내 반발기류도 조기지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클린턴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공약한 50억 달러의 자금은 비록 재무부가 독자 집행할 수 있는 ‘외환안정기금’에서 지원되는 것이지만 사실상 의회측과의 의견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워싱턴=김재영 특파원>
◎일본/조기지원 소극적 입장 견지
일본은행의 마쓰시타 야쓰오 총재는 12일 도쿄에서 행한 한 연설에서 “한국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침체가 일본경제에 악영향을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일본은행은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에 대해국제통화기금(IMF)의 틀 안에서 지원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IMF가 먼저 지원을 행한뒤 부족할 경우 미·일 등이 추가지원을 실시한다는 한국정부와 IMF의 합의를 재확인한 것으로,조기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경제 현실을 일본측에 설명하기 위해 일본방문에 나섰던 한 경제전문가는 13일 “무너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은행들을 살리겠다고 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IMF와의 합의를 제대로 지킬지 의심받게 됐다”면서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해 일본에서도 한국 정부와 경제계에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도쿄의 한 금융관계자는 “한국에서 특사를 파견해도 조기지원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민이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행동할 결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행들은 콜자금 시장에서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콜자금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만기 도래 외채의 기간연장에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도쿄=강석진 특파원>
1997-12-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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