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드라마 줄여라/전체 프로제작비의 30∼40%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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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13 00:00
입력 1997-12-13 00:00
드라마 수를 줄여라….
경제난국에 따른 광고수주 격감으로 제작비 절감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방송가 안팎에서 드라마 편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드라마 편수 축소’는 그동안 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여러차례 거론돼 왔으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 필요성이 높아진 것.
이와 관련 한국방송협회(회장 홍두표)는 12일 열린 97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내년 1월부터 TV방송시간을 2시간씩 단축하는 것과 함께 드라마 1편씩을 폐지하기로 했다.그러나 이같은 생색내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아예 드라마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KBS·MBC·SBS 등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담당자들이 인기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동결 내지 삭감하기로 한 데 이어 예능프로그램 담당자들도 경제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고액 출연자의 출연료를 동결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내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그러나 이 보다는 전체 프로그램 제작비 가운데 30∼40%를 차지하는 드라마의 편수를 줄이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 방송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이는 드라마가 시사·교양·예능 등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가 월등히 많이 드는 장르이기 때문.
현재 KBS-1·2,MBC,SBS 등 4개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는 40편에 가깝다.주시청시간대의 30∼40%가 드라마로 채워지는 셈.1회당 드라마 직접제작비가 평균 5천만∼6천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드라마에 쏟아붓는 제작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짐작이 된다.특히 영상산업의 경험축적을 명분으로삼성이 제작비를 대고 있는 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의 경우는 회당 1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사들이 이처럼 드라마 편성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단순히 시청률 경쟁때문.스테이션 이미지를 높이기에는 인기 드라마를 하나라도 많이 틀어대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방송사 입장에서 장르별 광고수익을 따질 때 드라마는 거의 0에 가깝다는 사실.이는 드라마 앞뒤에 붙는 광고가 방송사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결국 광고수입이 모조리 제작비에 충당되고도 모자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방송개발원의 권호영 연구원은 “주시청시간대 어느 채널을 보아도 뉴스 아니면 드라마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는 방송사들이 지나친 시청률 경쟁에 매달린 결과로 결국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권 연구원은 이어 “연예인들의 출연료 억제와 함께 방송사 입장에서도 수익에 별 도움이 안되는 드라마를 점차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근들어 어려운 광고시장을 감안,평일 낮방송시간 축소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제작비 절감이나 방송시간 단축에 앞서 이전투구식 시청률 경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의 과다편성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김재순 기자>
1997-12-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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