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거품빼기(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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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12 00:00
입력 1997-12-12 00:00
그럼에도 오불관언 흔들리지 않던 모습을 보이던 TV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KBS MBC SBS 등 3개 방송사의 편성담당 이사들이 최근 모여 낮방송 축소,드라마 편수 감축,고액 출연료 동결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일부 프로그램의 해외여행 경품은 이미 폐지됐고 외국에서의 촬영 자제 움직임도 보인다.사치와 낭비를 조장하는 것으로 지적받던 호화 세트나 소품도 치워지고 있다.방송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아직 변화의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TV의 거품빼기는 분명히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도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라기 보다는 광고 수입이 줄어든데 따른 고육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TV에 대한 불신은 이토록 뿌리 깊다.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의 불신이나 TV에 대한 시청자의 불신은 같은 성격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 TV가 동네북 신세를 벗어나 IMF체제 아래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제와 마찬가지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흥청망청으로 비춰진 TV 화면의 거품제거 뿐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구조 변화도 이루어져야 한다.시청률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시청 시간대에서 오락프로그램이 70%에 이르는 기형적인 편성이나 월드컵 조추첨 생중계에 3개 방송사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외화를 낭비하는 한심한 사태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대통령 후보 합동토론을 동시에 중계하는 전파 낭비 행태도 마찬가지다.
동네북 신세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한 TV를 보고 싶다.<임영숙 논설위원>
1997-12-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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