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로 귀향한 여인들(사설)
수정 1997-11-11 00:00
입력 1997-11-11 00:00
그러나 ‘일본인처 귀국’이 이런 모양으로 진행되는 것에 우리는 착잡하고 씁쓸한 느낌이다.북한과 일본의 정치권이 북·일 수교를 끌어내기 위해 그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명분으로 ‘일본인처 고국다녀가기’를 실현시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북한·일본간의 수교에서 가장 가로거치는 것중 하나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대한 여론’이었다.그것을 덮는 명분용으로 이번의 일본인처 귀국카드가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파산상태의 경제적 어려움때문에 너무나 급한 북한으로서는 ‘훈련시킨’ 북송 일인처들을 보내어 한번의 돌팔매로 여러마리의 새를 잡는 방법을 기꺼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북송 일본인처 귀국시키기 운동이 일본서 벌어진지는 오래 되었다.일본 적십자사까지 가담하여 ‘지상낙원’북한에 볼모처럼 끌려간 일본인처들의 참상이 그들의 육친들,친지들에게 알려지면서 그들을 구해내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일시 귀국한 일본인처들은 일본이 구해내려는 사람들이 아니다.일본공항에 들어오자마자 “김정일 장군님의 은혜로 지상낙원인 북한에 사는 일이 행복하다”고 외쳐댔던 것이다.그들이 부는 선전의 나팔에 정작 죽음보다 처참한 실상에 놓여있는 일본인처들의 소리는 가려지게 되었다.
이들 선발된 ‘모범 일본인처’들 때문에 ‘지옥의 북한’ 생활을 하는 일본인처들은 당분간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인 처들의 고국방문이 이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됨없이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길 바라 마지 않는다.
1997-11-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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