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남자충동」 이유있는 관객호응(객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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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5-21 00:00
입력 1997-05-21 00:00
불황의 찬바람은 공연예술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공연장이 봄을 타고 있다.그래선지 창작 실험극의 공연보다는 과거 성공작들의 재탕공연이 늘고 있는 추세다.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지난달 초 첫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폭발적 호응속에 19일부터 연장공연(동숭아트홀)에 들어간 환퍼포먼스의 창작극 「남자충동」(극본·연출 조광화)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우리 관객이 과연 어떤 무대를 인정하고 찾는가 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영화「대부」의 알 파치노를 숭상하며 강한 남성에 집착하는 주인공이 가정과 사내로서의 출세를 위해 폭력에 의존하다 결국은 자신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지키고자한 가정마저도 몰락의 길로 몰아간다는게 큰 줄거리.
기본적으로 「남자충동」은 남성을 고발한다.강하다는 것,권위,가부장,카리스마 등 뭇 남자들이 선망하는 남성으로서의 상,그 상의 이면에 감추어진 위선과 강박적 폭력성을 들추어 강한 남성의 허망함을 보여주는게 극의 목적이다.
그런데 정작 이 작품은 남성을두들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히려 두둔함으로써 절묘하게도 남성 고발과 남성관객에의 어필을 동시에 달성한다.
주인공 장정역의 안석환은 열의 얼굴을 보여준다.폭력배를 테러하고 아버지의 손을 자르는 잔인함,자폐증 여동생을 향한 지극한 애정,휘하 졸개들에 대한 보스로서의 관대함,범죄를 감추기 위해 남동생을 협박하고 꼬드기는 교활함,겉으로는 당당한 체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나약한 이중적 모습 등을 표현해내는 연기가 일품이다.거기다가 얼뜨기같은 몸짓과 함께 쏟아내는 강한 전라도 사투리는 한 투박한 사내의 인간미를 되레 돋보이게 만든다.그래서 그의 몰락과 죽음 앞에서 터지는 객석의 웃음과 박수는 어색하지 않다.남성의 상반되는 두 측면을 효과적으로 분리,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살리면서 휴머니즘이라는 감동과 극적 재미를 동시에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소재는 다소 무겁고 긴장감을 주지만 출연진들의 배역소화가 좋아 연극이라기보다 바로 옆집 한 문제가정의 일을 구경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준다.그래서 편안한 재미속에서도 순간순간 가슴찡한 안쓰러움이 느껴진다.<최병렬 기자>
1997-05-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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