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임금총액 동결을 보고/고임금체계 반드시 시정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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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9-09 00:00
입력 1996-09-09 00:00
40대그룹의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주말 모임을 갖고 내년도 임금총액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우리 경제가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죽지 않고 살아 남기 위한 기업들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이미 2급이상 고위공무원에 이어 18개 정부투자기관의 임직원과 포철 및 코오롱그룹 임원의 임금동결이 확정됐으며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도 계속 동결의 대열에 참여할 전망이다.이처럼 임금동결은 사회적으로 동의를 얻고 있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모든 근로자에게 미치게 돼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택

우리의 임금은 이미 절대액에서 경쟁상대국을 훨씬 웃돌고 있다.생산성까지 따지면 선진국과 맞먹거나 오히려 더 많은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때문에 기업인은 세계시장에 내다팔 물건이 없다고 탄식하고 있으며,실제로 수많은 해외여행객이 외국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사라졌음을 확인하고 돌아온다.그 가장 큰 요인이 고임금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가장 큰 요인도 바로 고임금이다.국내 공장의 임금은 우리 기업이 투자한 해외공장 임금의 최고 15배나 되며 심지어는 선진국인 영국보다 더 높다는 노동부의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1인당 GNP(국민총생산)와 비교한 1인당 임금도 우리나라는 1.8배나 되는데 비해 선진국이나 경쟁국은 기껏해야 1.3배정도다.

○선진 영국보다 높지만

아무리 임금이 높더라도 생산성이 그보다 더 높이 오르면 아무 문제가 없다.반면 명목임금이 많이 오르더라도 물가상승률이 이를 넘어서면 실질임금이 낮아져 근로자는 불만이다.불행하게도 우리의 임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높다.

따라서 전경련의 이번 결정은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는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깨뜨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평가해야 한다.고비용의 요소중 금리나 땅값·물류비용 등을 낮추는 데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엄청난 투자비가 들기도 하고 다른 목표를 희생해야 하는 대가도 치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고임금은 시간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풀 수 있다.국민이 흔쾌히 동참하고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면 간단히 해결된다.모두 허리띠를졸라매고 기꺼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미루어 노동조합은 전경련의 결정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고임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임금의 많고 적고는 커녕 일자리 자체를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방치하면 실직늘게 돼

대기업의 잇따른 명예퇴직 단행 및 시시콜콜하다고 할 정도의 비용절감 등 최근 업계를 휩쓰는 감량경영의 바람이 이를 예고한다.꼬리를 무는 기업의 해외진출로 빚어지게 될 산업공동화도 일자리의 축소로 이어진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정성껏 잘 키워야 한다.한꺼번에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자신의 일터가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잉여인력을 짊어져온 기업도 총액임금동결을 계기로 세계의 어느 기업과도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단순히 인건비의 동결에 그치지 말고 사업구조까지 전반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군살을 빼야 한다.

○총액임금제 검토 불가피

총액임금의 동결은 불가피하게 감원을 불러온다.최근의 명예퇴직은 대부분 간부직이 대상이었으나 내년에는 평사원과 생산직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정부는 기업과 손잡고 전직훈련 등 이들 잉여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도와 기구 등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고 1백여종이 넘는 각종 명목의 수당과 직급 및 직종별 임금격차 등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 바란다.임금동결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로 이어져야 한다.
1996-09-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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