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의 치장과 산자의 굶주림/유은걸(남풍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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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7-29 00:00
입력 1996-07-29 00:00
먹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금강산도 식후경」「사흘 굶어 담장 안넘는 사람 없다」는 속담은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50년에 걸쳐 이처럼 중요한 「먹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 체제가 흔들리는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그럼에도 북한당국은 주체사상과 자력갱생으로 남에게 손벌리지 않고도 잘 살고 있다고 큰 소리 친다.그러나 북한은 이제 외부 도움이 없으면 쓰러질 상황에 놓여있다.식량원조를 받아 주민들의 끼니를 때우게하고 있는가 하면 중유지원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화력발전기를 다시 돌리고 있다.하다못해 애틀랜타 올림픽마저 외부지원을 받아 참가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고를 통해 이처럼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엉뚱한 곳에 엄청난 자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아 미국 뿐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김일성의 시신안치를 위한 금수산궁전 개조에 8천3백만달러,김의 시신처리에 6백만달러,김정일의 호화저택개조에 1억3천4백만달러를 쏟아부었다는 것이다.그는 이러한 북한에 대해 왜 미국 국민들의 세금을 써야하느냐고 반문하면서 북한은 미국민의 세금을 삼키는 불랙홀이라고 꼬집었다.

릴리 전 대사가 제시한 김일성부자관련사업 투입자금 규모는 자그마치 2억달러가 넘는다.이는 태국산 쌀 50만t을 수입할 수 있는 엄청난 액수이고 쌀 50만t이면 북한 전 주민이 몇개월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은 수해를 핑계삼아 외국에 도와달라고 구차한 손을 벌리면서도,그리고 수많은 산 자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죽은 수령을 위해 엄청난 돈과 많은 인력을 동원,금수산궁전을 호화롭게 치장하는 데만 힘쓰고 있다.북한 정무원 기관지 민주조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년동안 궁전의 원림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27만그루의 나무와 6백3만포기의 꽃나무와 화초등을 심었다는 것이다.원림조성에만 이 정도였으니 다른 시설물에 대한 치장은 오죽 했겠는가.



이같이 불요불급한 곳에 막대한 자금을 사용함에 따라 갈수록 먹고 살기가 더욱 어려워지자 탈북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이달 들어서만 북한주민 6명이 사선을 넘어 귀순해왔다.이들 귀순자들은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의 참담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오늘도 죽은 자를 위해 거금을 펑펑 쓰고있는 북한 지도부는 『배고파 죽겠다』는 산 자들의 아우성과 『배고픔을 견디지못해 내려왔다』는 귀순자들의 피맺힌 탈북의 변을 듣고 있는지.〈국제전략연 연구위원〉
1996-07-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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