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과 「솔로몬의 지혜」/구본영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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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6-06 00:00
입력 1996-06-06 00:00
그러나 정작 북한의 농업연구사 출신의 귀순자 이민복씨는 전혀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사회주의식 집단농장 방식에 따른 농민들의 의욕상실이 북한 식량난을 초래한 알파요 오메가라는 주장이다.
비료·농기계·농약등 다른 제약조건이 같더라도 북한농민의 노동생산성은 남한의 5분의 1 내지 3분의 1수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북한의 1인당 경지면적이 남한보다 결코 적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닌 분석이다.
따라서 개인농 허용등 근본적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한 북한의 식량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결론이다.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곡물지원 「압력」에 대해 정부당국이 내심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도 그런 점에서는 이해가 간다.한 당국자는 5일 『일부 국제기구들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아는지 의심스럽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이를테면 북한 식량난의 정확한 실상과 13년만에 식용쌀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형편을 모르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들의 대북지원 동참 요청을 마냥 뿌리칠 수 없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자칫 비인도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가능성이 없지 않은 탓이다.우리측이 민간차원의 소규모 곡물지원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왕 대북 지원에 나설 바에야 가능한한 북한을 개방시키는 쪽으로 적극성을 발휘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북한당국과 주민을 구분해 북한의 보통사람들에게 우리의 선의가 제대로 전달되는 방식으로 대북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식용유나 라면등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 지원하는 쌀등 곡물도 반드시 원산지 표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다.동족의 호의가 주체사상이라는 「헐벗은 신화」를 대체하는 순간에 통일의 길은 가까워질 것이기에….
1996-06-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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