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특혜 인식에 쐐기/회사 정리절차 개선안 마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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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6-04 00:00
입력 1996-06-04 00:00
3일 대법원이 회사정리 절차 개선안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법정관리 회사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자성과 함께 법정관리를 특혜로 인식해온 재계의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법정관리는 도산에 직면한 기업을 없애기 보다는 살리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이롭다고 판단될 때 한해서 허용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옛 사주와 관리인들이 법원의 전문성 부족과 운영상의 허점을 틈타 재산도 빼돌리고 회사도 살리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최근 법정 관리 중에 부도 또는 불법 어음을 유통시킨 논노와 서주산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이번에 전국 법원의 회사정리 절차 재판장들이 모여 개선책을 도출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법정관리 심사 및 감독이 예전같이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개선안의 줄기는 크게 ▲회사정리절차 대상 기업에 대한 심사강화 ▲중립적인 관리인 선임및 옛 사주의 영향력 배제 ▲정리절차 진행 중의 관리·감독 강화등으로 요약 된다.
첫번째 심사강화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주거래 은행의 운용 자금 지원이나 제3자 인수 계획이 없으면 회사 정리 개시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회생 가능한 기업에만 법정관리를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갱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조사위원도 지금까지 변호사를 선임하는 관행에서 탈피,공인회계사나 경영컨설팅회사 등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두번째 조치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옛 사주의 경영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옛 사주가 갖고 있던 주식의 효력은 모두 없애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조치다.이는 회사를 부실하게 운영한 책임을 묻고 채권자와 다른 이해 당사자들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상장회사 등의 경우에는 소액투자자도 보호해야 하는 만큼 구 주식의 일정 비율을 신주로 발행해주기로 했다.
또한 법원이 직접 정리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사 중에서 관리인을 선임,경영이 보다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다만 법정관리 회사의 사정을 알아야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는 주거래은행이 동의한 인사가 경제단체 추천 인사와 함께 공동관리하도록 했다.
세번째로 법정관리 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는 그동안 법원이 감독·관리를 부실하게 해왔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이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은행으로부터 어음 용지를 받을 때 법원에 미리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또 중요사항은 반드시 판사에 보고하도록 하고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회사정리 개시결정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황진선 기자〉
1996-06-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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