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안목/김용대호암미술관큐레이터(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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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2-05 00:00
입력 1996-02-05 00:00
경복궁 복원과 더불어 가회동에서 계동으로 이어지는 거무튀튀한 한옥의 지붕선은 주위 산들과 참으로 잘 어울린다.그러나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 자연스런 느낌은 실망을 자아낸다.한옥들을 구속이라도 하듯 둘러싼 못생긴 건물들 때문이다.아무런 계획없이 서서 저잘났다고 치장한 시멘트 건물들.오염된 물속에서 언제 생명을 다할지 모르면서 입만 산 붕어처럼 떠들어 대는 꼴이다.
프랑스 파리도 우리 서울과 비슷하게 5백년이상 역사를 갖고 있지만 보존상태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우리가 프랑스 사람들보다 문화에대한 안목이나 인식이 부족했다는 말인가.
우리 가옥들은 한국땅의 형세·기후와 세월이 함께 이루어낸 제2의 자연으로서 예술작품이다.자랑스러운 우리 예술품들이 자리잡은 가장 귀한 땅이 포스트모던의 외양만 닮아가며 방향없이 곤두박질하는 것을 어찌 방관만 할 수 있는지.
누더기같은 옷을 빨아입지도 않은채 양반이라고,문화시민이라고 하면서 국제화,세계화를 외치고 있다.밀도 있는 정책토론없이 개인적인 욕심만을 주장한 결과이다.이제라도 상처난 곳을 치료하고 역사의 커다란 흐름을 깨달아 더 넓은 바다로 갈 수는 없는지.방해물이 있을 때는 둑을 따라 흐르는 물의 지혜가 더욱 절실하다.
1996-02-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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