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TV 「V칩」 설치 곧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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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9-04 00:00
입력 1995-09-04 00:00
음란물이나 폭력물 등을 차단해주는 컴퓨터칩이 등장,청소년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이 TV로 방영될 경우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TV화면에 나오지 않게 하는 센서기능을 가진 「V칩」이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미성년자를 둔 가정에서는 설치가 의무화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미국하원은 최근 미국내에서 새로 출시되는 모든 TV에 V칩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하는 법안이 승인된 바 있으며 상원은 이미 이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있는 상태다.올해말 클린턴대통령이 이 내용을 포함한 전기통신법 수정안을 거부하지만 않으면 곧 내년부터는 미국내 모든 TV에 V칩이 「감시자」로 들어앉게 되는 것이다.
「V칩플랜」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계획에 따르면 방송사는 송출되는 모든 프로그램에 등급을 매겨야한다.즉 프로그램에 포함된 섹스와 폭력의 양에 따라 A,B,C 등의 등급이 정해지는 것이다.이에 따라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마다 등급이 함께 TV화면에 나타나게 되고 이를 V칩이 감지해 화면을 끄기도하고 다시 켜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V칩이 모든 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아니다.부모들이 자녀들의 나이를 고려해 적절한 등급을 정해 V칩에 입력하면 그 등급 이상이 되는 프로그램만 화면에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것.
지난 93년 V칩플랜을 처음 주장했던 에드워드 마키하원의원은 『우리의 목표는 거실에서 부모들에게 힘을 주기위한 것』이라며 『단돈 5달러의 돈으로 부모들이 권위와 가정의 평화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측은 이 V칩계획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부모들이 프로그램을 선택해 보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바로 광고수주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마키의원은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V칩이 너무 작동이 잘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방송사측을 꼬집었다.
미국의 4대 공중파 방송사는 하원표결 직전까지 반대공작을 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V칩계획의 전국적인 실시는 이미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빌 팩슨하원의원은 『이 계획은 결국 정부에 무제한의 권력을 일임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이 자율성을 잃고 등급조정,도덕성심의를 받게되면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현석 기자>
1995-09-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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