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서 밀려나는 해외두뇌들/김재영 워싱턴(특파원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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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7-05 00:00
입력 1995-07-05 00:00
미국 국적의 과학기술자들을 보호하는 노동정책 때문에 미국 과학기술연구의 밑바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는 수많은 민간 과학기술연구소가 있지만 모두가 상품화를 전제로 연구를 실행한다.장기적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의학·자연과학,공학 분야의 근본적 기초연구는 결국 「상아탑」 대학 차지이나 이같은 대학연구 활동에서 미국국적을 갖지 않는 외국인 과학기술자들이 오히려 미국 본토 두뇌들보다 많은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러나 「과학기술」보다는 「국적」에 주안점을 둔 새 노동정책으로 기초 과학기술 연구의 견인차 노릇을 해온 해외두뇌들을 초빙,고용하는 데서 지금까지 대학들이 누려온 이점과 여유가 일거에 사라질 형편이다.미국인 과학기술자들의 취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미 노동부가 「지금보다 두세배의 급여를 준 다음에야 외국두뇌들을 고용하라」고 대학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이다.

보다 「싼 값에」 고용할 수 있는 해외파들을 대학들이 선호한 바람에 미국인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 들었다고 노동부는 보고 있다.사실 외국국적을 소지한 전문 과학기술자들은 미국 이민 및 고용정책에서 아주 예외의 특수층을 형성한다.

정식으로 이민비자를 받지 않는 한 노동시장에 참여해 취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철칙이나 이 H­1B 비자를 받는 해외두뇌들은 미국국적 없이도 대학 및 민간연구소에 당당히 취업,미국인과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최장 6년간이란 제한이 붙지만 그사이 충분히 영주권을 딸 자격을 확보하는 것이다.세계 각지에서 이 비자를 받는 연 6만5천명 중 4만명은 민간연구소로 가고 나머지 2만5천명이 패컬티(교직)나 리서치(연구)요원으로 대학에 들어온다.

미 노동부의 새 정책 요지는 「똑같은 비자를 받았고 하는 연구도 특별한 구별이 없기 때문에 대학도 민간연구소와 똑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하버드,MIT,캘리포니아대 등 유수의 어떤 미국대학도 민간연구소와 똑같은 급여를 주고 해외두뇌를 유치할 재정적 여유는 없다.민간연구소의 급여는 대학보다 2∼3배나 후해 유망한 미국 본토두뇌들 열에 아홉은 대학은쳐다도 보지 않고 이곳으로 오게 마련이다.연 2만명의 해외두뇌들이 이같은 공백을 메워 미국의 기초과학연구를 대리실행해 온 것이다.노동부의 고용보호정책 덕으로 대학에서 해외두뇌 대신 일자리를 차지할 미국인 과학기술자들의 수준을 두고 미국대학이나 과학기술계가 기대를 걸 리 없다.과학연구의 앞날을 걱정할 따름이다.
1995-07-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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