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심」 담보후 신축대처/베를린 대북경수로 회담후 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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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3-30 00:00
입력 1995-03-30 00:00
미국은 베를린에서 대북 경수로협상팀이 29일 귀국하는대로 북한의 「제의」를 신중히 검토,대응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나 기본적으로는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베를린 경수로협상과 관련하여 표명하고 있는 사항은 ▲회담이 일단 종결되었지만 곧 4월중에 회담을 속개하고 ▲북측과 논의한 내용들이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긍정적이라고도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셀리 국무부대변인은 28일 「기술적인 수준의 접촉」이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며 이 접촉이 경수로모델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또 베를린회담에 관해 어떤 보도들은 완전히 부정적인 주장의 교환만 있었던 것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워런 크리스토퍼 장관이 말했던 북측의 「제의」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여부인데 이에 관해 어느 누구도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관측통들은 경수로프로젝트에 한국의 역할을 일부를 받아들이되 몇가지의 조건들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경수로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경수로건설 인력의 한국인 참여비율을 일정률이하로 줄일 것 ▲경수로의 주요부품은 미국제품으로 할 것 ▲송전·배전망 구축을 위한 추가지원을 약속할 것 ▲원자로의 가동 등 운영기술,요원의 교육훈련 등은 미국이 책임질 것 등의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미측은 이같은 제의를 검토함에 있어 몇가지의 중요한 원칙에 이를 대입시키더라도 기본원칙이 훼손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핵동결은 어떤 이유에 관계없이 계속돼야 하고 ▲한국의 실질적인 「중심역할」을 보장해야 하며 ▲경수로공급협정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에 체결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 등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무엇보다 북한이 한국의 「중심역할」을 실질적으로 수용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공식 확인해야한다.이러한 「중심역할」은 경수로의 설계,제작,건설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이 대목이 분명히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경수로 이름의 개칭에서 원산지표지부착 생략 등 미묘한 기술적 문제들에서부터 경수로 공급협정에서 주계약자로 한국표시의 조정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으나 이런 모든 단계가 우선 북한이 한국의 중심역할을 인정한 후에 고려될 수 있는 사항들이라는게 미국이나 한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신랑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혼례를 올릴 것이냐 아니면 그같은 표시없이 입장할 것이냐는 나중 문제이다. 우선은 남쪽을 신랑으로 맞아들이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혼인이 성립될 수 있다』는 한 관계자의 설명은 경수로협상이 지금까지 본격적인 수풀이에 접어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측은 이번 북측의 제의가 「혼인의사」를 담은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여 그 여부에 따라 한국과 협력하여 필요한 대응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워싱턴=이경형 특파원>
1995-03-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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