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너무 서두르는것 아닌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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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11 00:00
입력 1994-12-11 00:00
미국과 북한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지난 10월 제네바 핵합의로 이미 예상됐던 일이고 우리정부의 공식입장도 미·북수교를 환영한다는 것이긴 하나 그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느냐 하는 염려를 하지않을수 없다.

이번 전문가회담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시기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영사문제및 기술적인 현안들이 대부분 타결됨에 따라 내년 3월까지로 예정된 평양·워싱턴 후속회담에서 사무소부지 문제등이 해결되면 상반기중에는 미국과 북한의 외교창구인 연락사무소가 워싱턴과 평양에 각각 설치될 전망이다.

미·북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제2차 전문가회담 결과는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지극히 실무적인 접촉이어서 합의내용을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앞서도 지적했듯이 우리는 양측이 외교관계를 수립하는것 자체에 대해 시비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우리가 고언을 하지 않을수 없는 부분은 미국이 지난 10월 제네바 핵합의때 미·북수교의 전제조건으로 합의문에 명시했던 남북대화등 남북한간의 실질적 관계개선 조건이 등한시되고있는게 아니냐하는 점이다.

모두가 잘알고 있는것처럼 그동안 남북한간엔 대화는 물론 아무런 관계개선조치도 이루어지지 않고있다.공교롭게도 미·북전문가회담 결과가 발표되던 날 북한측은 이미 초청장을 발부해준 한국기업인들의 방북 초청마저 전면 취소했다는 보도가 함께 나와 있다.

물론 내년 3월까지는 앞으로도 시간이 있고 그동안 남북문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으나 적어도 오늘 현재의 전망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또 이번 회담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11일엔 실력있는 미국의 상원의원 두사람이 군용기를 타고 북한에 들어가도록 일정이 잡혀있다.

우리는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사정을 모르는바 아니다.미국은 어떻게든 북한의 핵을 저지해야할 형편에 있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앞으로의 한반도문제에서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려 하고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의 어떤 관계개선도 한반도문제에 안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남북관계의 진전없이 미·북관계의 일방적인 추진은 한반도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에 역작용을 일으킬 소지마저 있다.이는 미국의 이익과도 합치하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당장 대북 경수로 지원문제에서도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경우 한미 양국은 적지않은 마찰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한반도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당사자인 남북한이며 미국은 아직도 한국에 더 많은 이해를 갖고 있다.
1994-12-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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