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멋/신원영(굄돌)
기자
수정 1994-08-19 00:00
입력 1994-08-19 00:00
우리 한민족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면서도 미와 선에 대한 참다운 접촉에는 다소 서툰 면이 없지 않다.그래서 난의 아름다움을 관념적으로 취급하려 할 뿐 자기의 체온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한국인의 문화의식은 다분히 관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난을 기른다는 것은 바로 자신을 조용한 분위기 속에 잡아두는 것이며 모든 것을 관조하는 생활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거기서부터 다시 인생을 생각하고 대인관계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분위기를 한분의 난이 제공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또한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꽃에 고상한 향기,변하지 않는 청초한 잎,부자연스럽지도 그렇다고 힘이 없지도 않은 편안하고 생기있는 곡선,이런 점에 매료되어 난을 사랑하고 아끼게 된지도 15년이 되었다.
쉽사리 피지도 않는 꽃이지만 고아한 모습과 진한 향취는 어두운 하늘에 초생달이 솟는 것처럼 마음 깊숙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것 같다.화초는 주인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고 하듯 난초도 기르는 사람의 모습을 닮는다고 한다.그만큼 순수하고 예민하다.그래서 마음이 떠나 있으면 난은 안된다.언제나 보아주고 생각속에 있고 늘 마음에 심어두어야 탈이 없다.
난이야 말로 정직하며 이물질이 끼지 않는 생명체다.난을 기르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고 사람과의 부질없는 갈등도 해소할 수 있고 쉬는 시간을 유유히 좋은 마음의 상태로 유인하는 슬기를 배울 수 있다.
한분의 난을 기르면서 감상하고 또한 배우는 취미생활을 영위해 보는 것도 삶의 멋이 아니겠는가.<신원문화사 대표>
1994-08-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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