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치범수용소는 “죽음의 땅”/「요덕」생활 강철환씨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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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8-02 00:00
입력 1994-08-02 00:00
◎승호마을 「조총련」 간부 많아/기아에 쥐·지렁이 먹는 “지옥”

함남 요덕수용소에 수용됐다가 가까스로 풀려나 92년 1월 북한을 탈출한 강철환씨(26·한양대 무역학과 2년)는 1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기 힘든 지옥과 같은 곳이라며 치를 떨었다.

­승호마을 수용소에 대해 알고 있나.

▲김정일의 동생 김평일을 따르다 소위 「곁가지」사건에 걸려 수용됐던 학교동창인 친구의 아버지가 그곳에 붙잡혀 있다가 풀려난 일이 있어 간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다.이 곳은 1급 정치범들이 수용되는 곳으로 한번 들어가면 못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조총련 교육회장을 지냈던 한학수등 재일교포 간부들이 많이 수용돼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수용소에는 어떤 사람이 얼마나 수용돼 있는가.

▲체제를 비난하는 「악질」정치범들은 승호 수용소에 주로 수용되고 그들의 가족이나 경미한 정치범들은 내가 있던 요덕수용소등에 보내진다.수용인원은 가장 많은 곳이 개천으로 4만명정도되고 승호도 6백명이라고 발표됐으나 실제는 그 10배는 될 것이다.92년에 함께 귀순한 안혁씨가 마람초대소에 있을때 납북자 7명이 같이 수용돼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국제사면위원회가 밝힌 승호수용소 수용자 가운데 재일교포 곽철과 손재석은 내가 아는 사람이다.

­수용소는 얼마나 되며 다른 수용시설은 없나.

▲승호마을과 같은 수용소가 12군데 더 있다.함북 온성에도 있었으나 89년 폐쇄됐다.66·77·88교화소로 불리는 일반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경제범 교화소가 있다.

­수용소 생활은 어떤가.

▲수용자는 재산을 모두 몰수당하고 수용소에 들어오면 나이에 따라 하루 강냉이 3백∼5백g과 소금만을 배급받고 강제노역에 시달린다.배가 고파 산나물이나 풀을 뜯어 먹고 쥐,개구리,도롱뇽을 잡아 먹기도 한다.겨울에는 그나마도 없어 흙을 파헤쳐 지렁이를 잡아 먹는다.때문에 수용자의 90%이상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늑막염,폐렴,고환염등 질병에 걸린 사람도 수없이 많으나 치료도 받지 못한다.한마디로 지옥과 같은 곳이다.

­수용소내에서 또다시 감방등에 갇히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수용소에서 고문을 받아 정신이상증상이 생긴 사람들에 대한 감시가 철저하다.이들이 김일성부자에 대한 비난등을 마구 토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치범들이 수용소를 나오고 납북자들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북한으로서는 체제유지를 위해 이들을 절대로 풀어줄수 없는 입장일 것이다.단 국제단체에서 수용소 모두에 대해 동시사찰을 실시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는 이유는.

▲점점 생활이 어려워지는 등 북한이 나쁜 쪽으로 변화되고 있는데다 감시는 더욱 철저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김일성 사후 앞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은 어떻게 될것으로 보는가.

▲인권유린의 바탕위에서만 유지가 가능한 북한체제의 성격상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본다.

수용소가 없는 북한의 존재는 상상할수도 없다.<박해옥·손성진기자>
1994-08-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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