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해」 정악은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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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2-26 00:00
입력 1994-02-26 00:00
「국악의 해」에 정악은 어디갔나.정악은 궁중음악과 시조·가사를 포함한 양반계층의 이른바 풍류악을 포괄한 개념.당연히 민속악과 함께 한국음악을 구성하는 양대 축이다.그러나 「국악의 해」조직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 사업계획에는 정악관련 행사가 전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국악의 해」행사는 공연부문 24건과 개발·보급부문 6건,학술·출판부문 7건,국제교류부문 6건,지역부문 5건등 50건이 넘는다.그러나 정악관련 행사는 문화재관리국 주관으로 10월에 열릴 「서울 6백년고궁 궁중음악 축제」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그나마 이 행사는 서울 정도6백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어 음악행사라고 하기는 힘든 형편.결국 조직위원회 차원의 순수한 정악행사는 단 한건도 없는 셈이다.모두 민속악이라는 이야기다.
정악은 범위의 차이는 있지만 서양으로 치면 클래식음악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민속악에도 산조와 판소리등 높은 품격을 지닌 예술형태가 많지만 「국악의 해」에 정악이 외면되고 있는 것을 조금 과장하면 「서양음악의 해」에 대중음악은 있되 클래식음악은 빠진 것과 다름이 없다.「국악의 해」가 반쪽짜리 「한국음악의 해」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악 연주회가 아예 없어졌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우리나라 정악의 총본산인 국립국악원이나 각 민간단체들의 올해 연주횟수는 지난 해보다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다만 정악은 안타깝게도 「국악의 해」가 불러일으키는 축제의 바람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병기 「국악의 해」조직위원장은 『조직위원회 공식행사에 포함이 되려면 일단 참여신청을 해야 가능한 것』이라면서 『정악쪽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참여신청이 없었던 때문』이라고 밝혔다.
뜻있는 음악인들은 『정악하는 사람들의 이같은 소극적인 자세는 이해도 못하는 어려운 서양고전음악은 수준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음악의 정수인 정악은 잘알지도 못하면서 시대에 뒤진 것으로 매도하는 풍토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면서 『균형을 잃은 「국악의 해」가 오히려 정악을 더욱 박제화시켜 국민들의 뇌리사이에서 사라지게 만들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서동철기자>
1994-02-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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