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법지키는 국회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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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01 00:00
입력 1993-12-01 00:00
문민정부 출범이후 첫 예산국회가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여야가 법정시한 하루전까지도 안기부법,추곡가 등과 얽힌 새해예산안의 처리방향을 잡지 못하고 쌀개방문제까지 겹쳐 오히려 격돌의 긴장감마저 고조시키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럽고 우려할만한 사태전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는 최대의 민생현안인 예산안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는 낡은 관행에 종지부가 찍혀야 한다.국회는 이번에야말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예산안을 법정시한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현안이 다 중요하지만 국회의 예산안의 심의와 처리는 어떤 현안보다 우선해야 하는 고유권한이자 기본적인 책무다.헌법이 처리시한을 못박고 있는 것도 삼권분립의 원리에 따라 국회가 국정감사와 예산안심의등의 대행정부견제권한을 갖되 최소한 국정운영의 차질은 막겠다는 자기규제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법을 제정하는 입법부가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법치의 기본이 바로 설 수 없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에는 예산안을 정치의안과 연계시킨 투쟁방식이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그나마 통할 수도 있었지만 문민시대의 첫 정기국회가 그것을 되풀이할 명분은 사라졌음을 명심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먼저 여당이 좀더 정정당당해져야겠다.권위주의를 지키는 여당이 아니라 문민시대를 이끌어가는 여당으로 그동안 야당의 연계고리에 묶여 시한이 하루앞으로 다가오기까지 국민설득이나 정국타개노력을 보이지 못하고 벼랑에 몰린 것은 보기에 답답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으로 정국을 풀어나가는 것은 좋으나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아야 할 책임은 여당에 있다.

야당도 이제는 달라져야겠다.내용과 처리시한이 다른 모든 현안을 뒤범벅으로 만들어 정치공세에 치중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과거에는 여당의 일방처리를 유도하는 강경투쟁이 여당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고 야당의 선명성을 부각하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이견의 최종판가름을 다수결에 맡기는 원리다.정정당당하게 논의하고 끝까지 주장을 펴되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를 지키는 의사표시로 끝나야한다.실력저지,단상점거,농성 등은 야당에도 책임을 수반할 것이다.여야 모두 최선 아니면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여야는 예산안과 다른 의안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그런 바탕에서 우선 예산안을 처리하고 다른 정치개혁입법은 남은 회기까지 충분히 논의해서 처리하면 된다.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책무는 고사하고 정국불안의 걱정을 끼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세로는 정치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1993-12-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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