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주 정리” 재확인/라이프 조내벽회장 퇴진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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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21 00:00
입력 1993-08-21 00:00
라이프주택 조내벽회장이 경영권을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에 넘기고 물러났다.새정부 출범이후 한양의 배종렬 전회장에 이은 두번째의 부실기업주 추방이다.
한양의 배전회장은 경영퇴진과 함께 소유권도 포기,그룹해체제3자(주택공사) 인수의절차를 밟고 있지만 라이프주택은 아직 조회장의 소유권이 살아있다는 점이 다르다.그가 소유권을 유지하는 한 언젠가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물론 라이프주택의 경영이 정상화됐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주거래은행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상황변화가 없는 한 부실기업주의 경영퇴진에 이어 소유권 포기와 제3자 인수라는 부실기업 정리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회장의 전격적인 퇴진을 정치권과 연결지은 추측들이 금융계에 나돌고 있다.조회장의 동생인 정민씨(그룹 부회장)가 6공시절 월계수회 서울시 지부장을 지내며 라이프그룹이 월계수회의 자금줄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이프그룹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것은 사실이지만 한양처럼 빚더미를 정리하지 않고는 굴러가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것은 아니라는 점도 정치권의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한다.
그러나 은행측의설명은 전혀 다르다.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지난 수년간 누적된 적자가 이미 2천억원에 이른데다 최근에는 노사간에 갈등이 심해지면서 조회장의 대정치권 비자금 명세서가 시중에 나도는 등 현재의 경영진으로는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은행측은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도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부실기업에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한다.자율경영 시대에는 기업주가 부실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프주택은 중동건설에 참여했다가 막대한 손실을입어 지난 87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됐다.당시 산업합리화 지원자금 4백89억원을 받아 5년만에 상환하긴 했지만 경영이 호전되지는 못했다.부채가 자산보다 2천2백억원이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이다.
신탁은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회장의 경영퇴진과 계열사 및 부동산처분 등의 자구노력을 통한 감량경영을 골자로 한 정상화방안을 마련,조회장과 협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김영석행장 취임 이후 라이프에 대한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분을 연장만 해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염주영기자>
1993-08-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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