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청사 빗나간 절전/김용원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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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04 00:00
입력 1993-08-04 00:00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는 날마다 낮 12시를 전후해 30여분 동안 「엘리베이터 전쟁」이 일어난다.

점심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려는 청사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잽싼 사람들은 11시40분이나 45분쯤 미리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11시50분 지나 나오면 10여분,12시 쯤이면 15분정도씩 복도에서 우두커니 서 있어야만 한다.

상오내내 사무실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1·2급 고위공무원들도 이 「전쟁」의 틈바구니에서는 체면이고 뭐고 없다.

이런 탓에 「편법」도 난무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냥 지나갈뿐 서지않는데 지친 7∼15층 정도의 직원들은 아예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꼭대기층까지 「쓸데없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밑에서부터 꽉찬 상태에서 올라왔다가 그 인원이 그대로 내려가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정원이 이미 찼더라도 각층에서 정지버튼을 눌러놓아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정지한다.아래층 복도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올라갈때 타고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투덜대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쑥스러운 모습을 짓는다.

또 어떤 이들은 엘리베이터가 만원인데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갔다가 「삐」하는 정원초과경보음이 울리면 계면쩍은 표정으로 나오기도 한다.

공무원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정부종합청사 엘리베이터는 왜 이 모양인가.한마디로 잘못된 「절전」방식 탓이다.

전기를 아낀다고 모두 16대 가운데 8대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있는데다 「러시아워」인 점심시간에는 겨우 4대를 더 운행하고 있으나 체증이 말이 아니다.

이로인해 절전효과는 커녕 시간과 전력의 낭비가 더 큰 것이다.

상주인원 3천여명 가운데 2천여명이 점사심시간때 10분씩만 허비한다면 모두 2만분,즉 하루에 3백30여시간이 허비되는 것이다.

잘못된 명분을 떨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은 정부종합청사에서부터 앞장서야 한다.
1993-08-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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