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영」과 기술도둑/김현철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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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03 00:00
입력 1993-08-03 00:00
서울 중구 태평로 2가에 위치한 삼성본관 빌딩.물산과 전자등 주력기업이 다수 입주한 이 건물엔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보안을 강조하는 표어가 붙어있다.

삼성은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 기업이다.자신들의 정보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목숨을 좌우한다고 믿는 탓이다.그러나 최근 삼성이 타기업에 대해 취한 행동을 보면 그같은 보안의식이 「제발저린 데서」 나온 절실한 반응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개발실 팀장등 관계자 2명은 경쟁사인 김성사 창원공장에서 김장독 냉장고의 기술을 빼내려다 들통이났다.지난 31일에는 동양나이론이 제일모직을 기술절취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생겼다.제일모직 직원 4명이 동양나이론의 협력업체인 동립상사에 멋대로 들어가려다 적발된 사건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제일모직 관계자가 동립상사를 방문한 것은 외주가공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상담차 갔을 뿐 기술취득 목적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그러면서 그 증거로 『종업원이 6명이고 공장규모가 68평 정도에 불과한 「구멍가게」에 무슨 하이테크 기술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에 동양나이론은 『외주가공 의사를 타진하려 오는 사람이 자신들의 협력 가공업체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느냐』고 받아치며 삼성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아니라 삼성이 지난번 김성사 사건이나 이번 일에 대해 보인 태도라 할 수 있다.『김장독 냉장고가 무슨 특별한 기술이냐』고 언급했던 삼성이 또다시 『구멍가게에 무슨 하이테크 기술이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내것은 기술이지만,네것은 별 것 아니니 엿봐도 괜찮다』는 자기위주의 논리이기 때문이다.남에 집에 들어갔지만 돈되는 것이 없으니 문제없다는 식이다.

총수인 이건희회장은 지금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몸부림으로일본 후쿠오카에서 의식개혁을 부르짖으며 질경영을 강조하고 있다.그의 질경영이 결코 기술도둑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김현철기자>
1993-08-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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