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살난 기체… 곳곳 “살려달라” 비명/아시아나기 추락 참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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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27 00:00
입력 1993-07-27 00:00
◎널린 파편속 시신 뒤엉켜 아수라장/구겨진 시트속 부상자 탈출 안간힘

「아수라장」「아비규환」­연옥이 바로 거기였고 지옥이 바로 그곳이었다.

순간간에 6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해남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현장.박살난 기체의 잔해와 주검들이 널려있는 매봉산중턱엔 희생자들의 비명이 뒤엉켜 인재가 빚은 사고순간의 참혹상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사고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군부대와 경찰 인근주민등 구조반원이 현장에 달려가 생존자들을 옮겼으나 사고발생후 2시간 넘은데다가 사고장소까지 접근이 어려웠고 장마날씨로 어둠이 드리워 밤샘 구조 작업에 애를 먹기도 했다.

▷현장◁

여객기가 추락한 마산리 매봉산 8부능선 사고현장에는 세조각난 비행기동체로부터 반지름 1백m까지 사체가 널려져 있고 『살려달라』는 생존자들의 아우성이 산속을 메워 추락현장의 참혹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사고현장에 처음 도착해 여자승무원을 헬기로 후송한 해남군청 직원 김명희씨(32)는 『현장주변 나뭇가지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체가 걸려있고어린이 부상자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다』고 전했다.

한국전력은 날이 어두워지자 구조작업을 돕기위해 현장에 전기가설을 했으며 주민 3백여명은 군병력 50여명과 함께 마을에서 현장까지 비상도로를 내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한편 생존자 44명 대부분은 비행기 뒷좌석에 앉아있다.목숨을 건진 것으로 밝혀져 앞좌석 VIP승객들의 운명과는 대조적 이었다.

▷교통부◁

황인성국무총리는 이날 하오 10시30분쯤 교통부 상황실에 들러 정종환항공국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사고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시설 또는 운항등에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예산을 최대한 활용,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

▷사고기◁

미 보잉사가 지난 90년7월 제작한 쌍발제트기로 지난해 11월 2천7백만달러에 도입한 중고비행기이다.

이 여객기는 ▲무게 31.2t ▲최대 항속거리 5만1천95㎞ ▲최대 항속시간 6시간45분 ▲연료탑재량 3만5천5백83파운드 ▲전장 31m ▲폭 28.9m이며 탑승인원은 1백27명.

사고기는 아시아나 항공이 보유한 26대의 비행기중 가장 작은 기종으로 아시아나측에 모두 4대가 있다.

▷생존자 명단◁

◆DB 편집자주:명단생략

KHM 9307272306참조

◎동체 산중턱 받고 7백m 미끄러져

▷발생◁

이날 사고여객기는 운항이 비교적 순조로워 예정대로 하오3시15분 목포공항에 도착하는듯 했다.황인기기장은 도착예정시각쯤 관제탑과 교신을 통해 『강풍말고는 기상상태가 양호하다』는 착륙지시를 받고 3시24분쯤 1차착륙을 시도했다.그러나 초속 18m이상의 강풍과 짙은 비구름으로 착륙은 불가능,실패였다.

여객기는 28분쯤 2차착륙도 실패한뒤 3시38분 『다시 연락하겠다”는 교신을 끝으로 통신이 끝으로 통신이 끊겼다.

사고여객기는 목포상공을 벗어나 해남쪽으로 기수를 돌린뒤 3시41분쯤 레이더망에서조차 자취를 감췄고 잠시뒤 비구름에 가린 매봉산 중턱 「절골」에 기체 앞부분이 부딪치면서 추락,7백m남짓 미끄러져 기체는 세동강이 났다.

◎가족들 문의전화 빗발/주민·공무원 헌혈행렬

▷병원◁

사고현장에서 경찰과 군·공무원·주민들에 의해 구조된 부상자들은 해남병원과 해남우석병원·목포한국병원·목포기독병원등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의 얼굴과 다리등은 피로 뒤범벅이 돼 사고당시 처참했던 모습을 실감케 했다.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이들 병원에는 탑승자 가족들의 생존여부를 묻는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병원주변에는 마을주민들이 몰려들어 환자들의 쾌유를 빌기도.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후송된뒤 응급실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은 다음 입원실로 옮겨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나 병원측은 수술하는데 필요한 혈액이 크게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사고기기장◁

서울 서초구 방배동 328의2 황인기기장집에는 황씨의 부인(44)과 맏딸 효정양(19),효석군(16)이 문을 굳게 잠근채 일체 외부인과의 접촉을 끊고있다.

황씨의 부인은 남편의 사고소식을 하오6시쯤에야 TV뉴스를 보고 안뒤 실신,자식들의 간호를 받고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장 황씨는 공군소령출신으로 지난 88년7월1일 아시아나항공에 입사,비행8천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가족주변◁

박태환 부기장(40)의 집인 서울 은평구 신사동 140의 미성아파트 3동 1505호에는 가족및 동료들이 뜻밖의 비보에 모두 침통한 모습.박부기장의 부인 김은자씨(39)는 남편의 소식을 듣고 실신해 쓰러졌으며 친척과 동료승무원들은 취재진이 방문하자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문을 굳게 걸어 잠근채 안에서 통곡하거나 눈물을 삼키기도.
1993-07-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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