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함께 타율로 끝낼 셈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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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21 00:00
입력 1993-07-21 00:00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는 불행하게도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에 의한 「타율해결」의 수순을 밟아 가고 있는 것 같다.정부는 한달이 넘도록 인내를 갖고 분규의 자율타결을 기대했으나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자 중대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정부는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자율적인 분규해결을 유도해왔다.

정부가 현대노사분규가 원만히 타결되도록 노력해온 것은 그것이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노사분규로 인한 매출손실액만 1조원을 넘고 수출차질액이 2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긴급조정권 발동은 바로 노사의 소모적인 대결로 인해 국민경제가 더 이상 마모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어떤 기업이든 사회적 책임이 있고 특히 대기업은 공적개념에서 사회적 공헌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다시말해 기업은 노사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장이 아니다.

노동쟁의조정법상 긴급조정권의 입법정신은 바로 공익개념을 도외시한 노사분규를 정부가 중단시키자는데 있다.따라서 현대자동차 노사는 긴급조정권 발동기간중이라도 공적 인식과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여 노사 자율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분규가 강제적인 중재로 끝날 경우 현대자동차 노사는 자주·자율·자결의 협상원칙을 스스로 포기한 결과가 된다.사용자측은 경영에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되고 노조측은 근로자 권익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후퇴시키는 일을 자초하는 셈이 된다.국민들에게는 극한적인 노동운동은 공권력에 의해 해결되어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도 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타율」이 아닌 자율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양측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타율해결」은 노사간의 반목과 불신의 골을 더욱 깊이 만들게 마련이다.타율협상은 타율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현대그룹 계열사 노사분규는 과거에도 공권력 투입에 의해 해결된바 있지가 않은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절차도 없이 공권력을 사업장에 곧바로 투입한 것이 현대그룹의 계열사 노사간 협상능력배양을 더디게 한지도 모른다.정부의 이번 긴급조정권 발동은 불가피한 조치이면서도 최후순간까지 자율협상의 타결점을 모색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조정기간중에 자율타결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그리고 노조는 이 기간중 파업과 같은 불법행동을 하여 공권력이 투입되는 일을 자초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그것은 직업적인 노동운동가들의 전략이지 근로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1993-07-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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