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찾은 민주 이 대표
기자
수정 1993-06-15 00:00
입력 1993-06-15 00:00
민주당 이기택대표는 요즘 모처럼만에 제1야당 대표의 지위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11일 명주·양양 보선에서 승리했고 15일에는 김영삼대통령과 여야 영수회담을 갖는다.지금까지 당내에서조차 말만 대표일뿐 대표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던 이대표로서는 오랜만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민주당측은 지난 3월11일 전당대회이후 여러차례 이 회담을 제의했으나 번번이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는 대답을 들어왔다.그러나 이번에는 청와대로부터 요청이 들어왔다.김대통령보다 오히려 이대표가 느긋한 입장이라는 것이 이대표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대표는 이번 회담의 성격을 「정부측의 협조 요청」으로 보는 것같다.개혁드라이브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하는 정부로서는 개혁 초기의 전폭적인 국민적 지지가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야당의 협력을 구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김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뒷받침할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은 형편에서 한때 김대통령의 대리인이었던 김명윤씨마서 보선에서 낙선한 마당에 야당까지 명주·양양 보선 승리를 『형평성을 잃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주장하고 나올 경우 청와대가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이라는 자신에 찬 해석이다.
따라서 이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10대 개혁및 청산과제의 수용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그 요구의 강도는 이전의 촉구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대표는 이번 회담을 개혁정국에서 한때 실종됐던 제1야당의 목소리를 되찾는 계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나아가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어느정도 회복함으로써 그동안 비판을 받아왔던 자신의 지도력을 만회,당내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사실 이대표는 명주·양양 보선 승리로 돌아서기만 하면 다른 소리를 하곤 했던 당내 비주류를 제압할 수 있는 교두보를 이미 마련했다.
이대표는 영수회담이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성공은 거두는 셈이다.이대표는 3월11일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대표로 선출됐지만 청와대측이 거듭된 면담신청을 거부하는 바람에 국민들로부터 김대통령에 필적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라는 인식을 받아왔다.이대표는 김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릇된 이미지를 제거할 수 있다.
또 만약 김대통령과의 정기적인 대화채널이라도 확보한다면 당내 비주류 일부로부터도 다소간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문호영기자>
1993-06-15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