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처방 양국이견 “여전”/한·중 외무 서울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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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5-27 00:00
입력 1993-05-27 00:00
한승주 외무부장관과 전기침 중국외교부장간의 26일 회담은 오는 6월2일로 예정된 미·북 고위급접촉과 지난 25일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특사교환 제의등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숨가쁜 움직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회담은 초미의 관심사인 북한핵문제 하나만을 다루었다.이날 회담은 지난 4월21일 방콕에서의 첫번째 회담이후 양국간에 긴밀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데다 그에 비례해 상당한 실적이 축적된 상황에서 이루어져 그 성과에 큰 기대가 모아졌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회담이 끝난뒤 신기복 외무부 제1차관보는 회담 성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성과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면서『진지한 분위기였다』고만 대답해 양측이 상당한 이견을 노정했음을 시사했다.신차관보는 또 『북한핵문제에 관한 협의는 오늘 1차회담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 양국간의 북한핵문제에 관한 접근방법론상의 차이가 단순히 회담을 속개하는 것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상을 던졌다.또 회담이 예정보다 30여분 이상 길어진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회담 결과에 관한 발표가 지극히 원론적인 외교적 수사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이날 회담에서는 그러나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상호 인식의 일치를 재확인하는 한편 그동안 꾸준히 진행돼온 중·북,한·미간 입장조율등을 테이블에 펼쳐놓고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은 특히 지난달 초 평양을 방문,김일성과 직접 면담했던 당가선 외교부 부부장의 보고내용을 한국측에 전달했으며 당시 당부부장이 휴대했던 우리 정부의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보다 상세하게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당부부장은 당시 북한측으로부터 부정적인 태도를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발효시한인 6월12일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남북접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다는 후문이다.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특사 교환 제의 이면에는 자신들의 노력이있었음을 설명,한국측의 긍정적인 대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의 저의에 관한 분석에 앞서 일단 만나보라는 권유를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미·북 고위급접촉이 북한의 희망과는 달리 의제가 핵문제 하나에 국한되고 미국측의 일방적 통보,최후통첩의 형식을 띠게 되리라는 전망에 우려를 표시하고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도록 한국이 노력해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의 발표대로라면 회담의 성과는 남북간의 대화창구가 봉쇄된 상황에서 중국을 통해 지난 한달여간의 북한 지도부의 태도변화를 일부 감지해내는 정도다.중국은 지난3월12일 북한의 NPT탈퇴선언 이후 사실상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중국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외무부의 발표문은 『전부장이 우리측의 입장을 주의깊게 경청하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북한이 조속히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다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하며 양자차원의 대화노력도 더이상 계속되기어렵다』는 등의 경고성 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문호영기자>
1993-05-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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