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심리론(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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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5-22 00:00
입력 1993-05-22 00:00
◎부패척결은 경제회생의 전단계조치/지도층이 솔선 않고는 고통분담 요구 못해/뇌물 줄돈 있으면 신기술개발에 투자하라

서울신문은 22일자부터 칼럼「청와대」란을 신설,개혁과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의 생각과 움직임을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드립니다.

19일 낮,김영삼대통령은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들과 칼국수로 점심을 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생산된 밀로만 만들어 검고,찰기가 없어 톡톡 끊어지는 것이 청와대 칼국수다.한 청와대관계자가 참석자들에게 끊어진 국수가락을 마시거나 숫가락으로 떠먹으라는 권유를 했다.

참석자중의 한사람인 권태완박사(전식품개발연구원장)가 이를 보다 한가지 제안을 했다.『콩가루를 칼국수에 섞으면 찰기도 있고 영양도 더 많아진다』 김대통령은 점심 말미에 『청와대에서 우리밀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나서 우리밀에 대한 수요가 5백배나 늘어 났다』고 말했다.대통령은 『그런걸 봐서도 경제회생은 심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심리론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경제각료들에게도 이를 역설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굳이 칼국수를 점심식사로 내놓고,그것도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만을 고집한다.행사에 배석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투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굽히지 않는 것은 지도층이 솔선해서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없으며,경제회생도 불가능하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나오고있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기업인의 자세에 대한 그동안의 언급에서 더욱 분명해진다.김대통령은 『사장이 결재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자금 구하러 나간다며 골프장으로 달려가는 회사가 잘될리 없다』면서 『종업원들이 모르는 것 같지만 다알게 마련이고 그런회사는 종업원도 일 안한다』고 말한적이 있다.

김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더 구체적으로 기업인의 정신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점심을 구내식당에서 종업원들과 같이하고 저녁에는 룸살롱이 아니라 종업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하면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회사의 문제점을 논의한다면 어떻게 그런회사가 잘안될 수가 있느냐』

김대통령은 자신의지분을 모두 종업원에게 나누어 주고 대신 회초리를 들고 다니면서 일하지 않는 종업원을 다스리는 광림기계에서 대단한 감명을 받았다.이회사 경영인의 자세야말로 신한국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기업인상으로 믿고 있다.

광림기계는 연간매출액이 1천억원에 달하는 중견 특장차 제조업체다.그러나 경영인은 자신의 지분을 모두 종업원에게 나누어주고는 경기도 성남에 집한채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의지도 결국은 경제회생으로 연결되고 있다.기업인이 정치자금과 공직자들에게 주는 돈 때문에 우리상품의 해외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믿고 있다.이같은 대통령의 인식에대해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기술투자에 들어가야될 자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고,생산비의 몇%가 뇌물로 지출되는 상황에서는 기술발전도 없고 생산코스트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풀이했다.

대통령은 칼국수를 먹으며 청와대 일반경비를 20%나 줄였다.대통령은 지도층이 고통분담은 솔선수범하면 경제회생은 쉽다고 믿고 있다.<김영만기자>
1993-05-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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