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과 실명제/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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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9-23 00:00
입력 1992-09-23 00:00
지난 90년초,나라전체가 금융실명제 찬반논쟁에 휩싸였을때 재계가 보였던 태도와 견주어 본다면 이날 표명된 재계의 입장은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받을만 하다.
당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경제가 망할 것』이라며 실명제를 적극 반대했던 주요세력의 하나가 바로 재계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금융실명제에 대한 재계의 입장변화는 앞으로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한 긍정적인 사회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난 2개월여동안 금융실명제에 관한 가장 첨예한 토론의 장이 전경련이었다는 점은 역설적인 측면이 많다.
지난 82년에 국회를 통과한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은 이 제도의 시행시기를 시행령에 위임해두고 있다.이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면 상당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그 실시여건의 성숙여부를 잘 판단해 시행시기를 결정한다는 취지다.정작 시행주체인 정부는 지난 90년초 한차례 「실명제」를 「실명」케 한 이후 줄곧 침묵으로 일관해오고 있는 형편이다.당시 「실명제의 실명」에 적잖이 기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재계가 이제는 앞장서 실명제의 실시를 촉구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연고가 있을 법하다.
금융실명제는 개인의 금전적인 비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하는 사람이면 십중팔구는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재계인사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전경련의 금융실명제에 관한 논의과정을 보면 재계가 그동안 실명제의 실시를 바라는 여론의 압력과 이같은 생리적인 거부감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당초 지난 7월에 발표된 전경련의 새정부에 대한 건의안 초안에는 금융실명제에 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그러다가 재계일부가 「깨끗한 정치」를 정치권에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 금융실명제 논의가 재계내부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금융실명제는 「뒷거래로 모금되고 남모르게 사용되는」정치자금의 제도화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거론하면서 실명제는 모른척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지난 90년 실명제 무기연기 조치의 이면에는 재계 못지않게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과 내년에 출범할 새정부가 재계의 금융실명제 찬성의사를 받아 어떤 대응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1992-09-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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