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원인제공에 책임있다/강수웅 정치부장(데스크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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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8-08 00:00
입력 1992-08-08 00:00
지금 야당쪽에서는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고 야단이다.대통령선거를 몇개월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위법」만큼 물고 늘어지기 좋은 정치선전자료는 없다.
대통령이 어겼다는 법규의 내용은 90년12월31일 여·야합의로 개정공포된 지방자치법부칙 제2조 ②항이다.여기에는 「이 법에 의한 최초의 시·도지사및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의 선거는 1992년 6월30일이내에 실시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그러나 이 규정은 지켜지지 못했다.
국정수행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단체장선거를 법에 규정한 기한내에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위법을 했다는 사실은 이제 분명해졌다.여기에는 이론이 있을 수없다.그렇다면 이것만으로 바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려야만 하는가.대답은 노(NO)이다.사정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따져보아야할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대통령은 지난 1월10일 연두기자회견때 일대 결단을 내려 단체장선거의 연기를 제의한바 있다.『우리의 실정으로 한해에 선거를 네번씩 치르고는 경제와 사회의 안정을 바랄 수 없다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여망에 따라 단체장선거를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선거의 시기는 제14대 국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대통령이 단체장선거를 실시할 것인가 연기할 것인가라는 선택적 행위는 분명한 통치차원의 정책판단에 속한다.대통령은 법에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그 법 시행시기 이전에 사후 사정변경이 있다든가 국가 경영상 불가피하게 법시행의 연기사유가 생길경우 통치차원에서 법률개정제안권을 갖게 된다.따라서 노대통령은 법시행시기 6개월이전인 1월에 이미 선거연기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법개정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로는 찬성59.3%,반대24.5%,기타16.2%로 단체장선거시기 조정발표에 대해 대체로 「잘 했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당시 민주당도 아무런 「소리」가 없었고 14대총선에서도 정치쟁점화하지 않았다.이것은 국민적 합의가 대통령의 결정을 뒷받침했다는 것을 뜻한다.대통령이 이처럼 법개정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리할 국회는 계속 문을 닫고 있었다.
정부는 14대 총선거가 끝나자마자 지난 6월초 단체장선거를 오는 95년 상반기 이전에 실시할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공을 입법부로 넘겨 합법적 처리를 요구한 것이다.그러나 국회는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오히려 시한을 넘겨버림으로써 불법사태가 발생되도록 유도 조장했다.이렇게 볼때 대통령의 「위법」은 결과적인 것이며,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회에 있는 것이다.법집행권자이며 동시에 법률개정 제안권자인 대통령은 법실시 시한이전에 법률 개정안을 제출함으로서 대통령으로서의 성실한 국정수행의무를 다했다.따라서 대통령에게는 위법성저각사유가 발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위반상태의 원인제공자는 야당이다.법률개정안은 상임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토록 되어있음에도 이를 못하게 막았다.야당측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상임위원장 선출을 실력저지하겠다고 공언하는등 원구성을 방해해 법안처리를 원천봉쇄했다.그 결과 국회의원은 있으되 국회는 없으며,헌정은 실종되는 최악의 정국경색사태를 맞은 것이다.
이와같은 사태의 유발은 야당측에 의해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이며,이같은 야당의 자세는 초강경으로 선회해 대통령선거때까지 밀고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겠다.6일의 3당대표회담이 결렬된 것도 이같은 야권전략의 일환이며 끝까지 협상에 불응할 것도 불문가지의 상황이다.놀라운 적반하장의 논리이다.
사실 집권여당의 입장에서는 13대때나 14대국회에 와서 숫자가 모자라 처리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가진 여당이 표결로써는 못할 것이 없다.그러나 다수결은 차선책이다.우선되는 것은 대화에 의한 협상,화합에 의한 해결이다.여당은 물리적 접촉에 의한 사태해결을 피하려 노력해 왔다.그러나 이제는 헌정부재상태를 중단시키고 위법상황을 종식시키기위해 『일하고 심판 받겠다』는 정면돌파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세태가 어지러울수록 소신을 감춘 양비양시론은 여러가지면에서 편리하다.지금은 이것을 버릴 때이다.이제 여당은 더이상의 「위법사태」국회가 없는 「의정중단」「헌정불재」상황을 막아야할 책임이 있다.
1992-08-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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